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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전망]순망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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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춘추시대 말엽(B.C. 655년), 진(晉)나라 헌공은 괵나라를 공격할 야심을 품고 통과국인 우나라 우공에게 그곳을 지나도록 허락해줄 것을 요청했다. 우나라의 현인 궁지기(宮之寄)는 헌공의 속셈을 알고 우공에게 간언했다.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몸이나 다름없는 사이라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할 것입니다. 옛 속담에도 수레의 짐받이 판자와 수레는 서로 의지하고(輔車相依),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했습니다. 이는 바로 괵나라와 우나라의 관계를 말한 것입니다. 결코 길을 빌려주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공은 “진과 우리는 동종(同宗)의 나라인데 어찌 우리를 해칠 리가 있겠소?”라며 듣지 않았다. 궁지기는 후환이 두려워 “우리나라는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가족과 함께 우나라를 떠났다. 진나라는 궁지기의 예견대로 12월에 괵나라를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도 정복하고 우공을 사로잡았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에 관한 고사다.
한숨 돌리는 것 같았던 그리스가 다시 글로벌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이탈리아 양대 은행인 유니 크레디트와 인테사 산파올로는 그리스 국채에 대한 손실 우려로 급락,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스 지원에 대한 합의로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다른 지역에 위기감이 부각됐다는 점은 그리스발 변동성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주 그리스 사태에 대한 해결 기대감으로 급등한 코스피 입장에서 이탈리아에서 들려온 소식은 귀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안도 랠리'로 2090선까지 달렸는데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니 반가울리 없는 소식이다.

미국 쪽도 우울하다. 미국 경제지표가 좀체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면서 대표적인 경기민감업종인 IT업종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의 상대강도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낙폭과대와 소외에 따른 가격 메리트와 하반기 턴어라운드 기대감으로 지난주 후반 급등세를 주도했던 IT주의 본격 랠리에 대한 기대감에 초를 치는 뉴스다.
미국 경제지표의 둔화와 새로운 유럽 재정이슈 부각으로 이번주 코스피는 반등세 지속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이들 이슈로 인한 일방적인 하락세를 가정한 대응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리스와 미국이 발목을 잡은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

그리스가 이탈리아의 입술이라면 이탈리아는 독일과 프랑스의 입술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에 대해 '디폴트' 외에 방법이 없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버는 것보다 많이 쓰는 집안이, 남의 빚으로 살면서도 절약조차 하지 않으니 답이 안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리스의 파산을 받아들이기에 이웃들의 이가 너무 시리다.

그리스발 위기가 확산된 이탈리아도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위기감 부각과 단기 봉합 과정을 거칠 것이다. 단기 봉합은 어디까지나 미봉책이다. 그래도 시장은 환호한다.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인식때문이다. 봉합과정이 나오기 전까지 위기감 부각으로 그간 시장이 급락, 가격 메리트가 생긴다는 점도 미봉책에도 시장이 날라가는 이유다.

2000선 초반은 주가수익비율(PER) 9배 초반이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구간이다. 다수 전문가들이 2000선의 지지력을 강하게 믿는 근거다. 가격이 싸다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큰 메리트 중 하나다.

지난주 금요일 뉴욕증시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0.96%(115.42) 하락한 1만1934.58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17%(15.06포인트) 내린 1268.44를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는 1.26%(33.86포인트) 하락한 2652.89를 기록했다. 이로써 다우 지수와 S&P500지수는 최근 8주 동안 7번에 걸쳐 하락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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