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불어닥친 '사정風'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공직사회에 강력한 '사정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가 대거 연루된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국토해양부 룸싸롱 향응 등 공직자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감찰에 나선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과 각 부처 감사실은 7월부터 합동으로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감찰을 시작한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공직자들의 정치권 줄서기 등 중립성 훼손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이 벌어진다. 또 올해 말까지 절반 가까운 공공기관장이 교체되는 시기를 틈 타 발생할 수 있는 인사청탁이나 직무 태만 등도 점검 대상이다.
이 같은 고강도 감찰 배경에는 저축은행 사태 등 각종 공직자 비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정권 차원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은 (공직 사회 비리 문제가) 이제 한계에 왔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15일 각 부처의 감사관들을 총리공관으로 불러 오찬을 함께하며 철저한 감찰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양적 성장에 치우친 탓에 준법의식이 낮고 부정직한 사람이 너무 많아 사회 전반이 총체적 비리를 겪고 있다"면서 "이제는 정말 범국가적으로 이런 문제를 정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 점검단이 공개한 공직비리 사례를 살펴보면 일부 공직자들의 부패 수준은 심각한 상황이다. 국토해양부 직원들이 지난 3월30일부터 사흘 동안 제주도에서 4대강 사업 시공사들로부터 돈을 걷어 '하천관리 연찬회'를 개최한데 이어 행사가 끝난 뒤 룸싸롱에서 술접대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환경부 직원들도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하수도 연찬회'를 마친 뒤, 산하기관인 환경공단의 결제한 호텔에서 숙박하고 기업체가 마련한 180여만원 상당의 술자리도 가졌다. 이 밖에도 한 지방기관장의 경우에는 업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가족 명의로 회사를 설립하고, 회사의 제품이 납품될 수 있도록 관련 회사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정부의 고강도 감찰 활동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직사회 기강 잡기를 통해 정권 말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을 차단하려고 한다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다. 정부 안팎에선 공직자 비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이번 감찰도 또 다른 전시행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간부급 공무원은 "매년 여름 휴가와 추석·설 연휴 즈음해 항상 이런 감찰이 있었다"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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