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학원가 신풍속도...서서 먹는 '포차밥'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최근 식당 밥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1800~2500원으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이른바 '포장마차 밥집'이 수험생이 몰려있는 서울 노량진 입시학원 등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포차 밥'은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일회용 용기에 덮밥, 볶음밥 등을 담아 판매하는 곳이다. 떡볶이, 튀김, 꼬치 등을 판매하던 이곳 포장마차들이 최근 들어 밥집으로 변신을 한 데에는 높은 물가 때문에 일반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현실 탓이다.
13일 저녁 노량진 학원가 근처에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 거리에는 치솟는 물가 때문에 포장마차에서도 밥을 팔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노량진 입시학원에서 수업을 마친 이규진(20)씨는 “패스트푸드점 햄버거도 최소한 가격이 5000원 이상이기 때문에 저렴하게 먹기 위해 패스트푸드를 찾는다는 것도 옛말”이라며 “이만한 가격에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쓴 미소를 보였다.
노량진 근처 식당은 다른 지역보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한 달치 식권을 사면 3500원 내외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포장마차 밥집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1000원을 더 아끼기 위해 서서 밥을 먹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
가격은 1800원에서부터 2500원대. 일반 식당에 비해 3분의 1에 지나지 않아 이씨처럼 학원 수업을 끝마친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빔밥, 볶음밥, 카레밥 등을 기다리고 있다.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과 비좁은 공간 탓에 한 끼 식사도 여유롭지 못하지만 발길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한 입시학원 앞에서 카레와 규동을 판매하고 있는 한형식(가명·50대)씨는 장사한 지 갓 3일 지났다. 비록 포장마차지만 전기밥솥 3대를 새로 장만하고 정수기, 식기 등을 두루 갖췄을 만큼 신경썼다. 일회용 용기에 밥을 푸고 일본식 카레와 규동을 그 위에 얹은 밥은 단돈 2000~2500원. 반찬은 김치와 단무지뿐이지만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는 “물가가 많이 올라 당연히 남는 게 많지 않지만 박리다매로 팔고 있다”며 “가격은 저렴하지만 일본 정통 요리사에게 직접 요리를 배웠을 정도로 맛은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늦은 퇴근길에 들러서 먹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하루 손님들이 먹고 간 일회용 그릇은 포장마차 입구 옆에 두 줄로 켜켜이 쌓여있었는데 이를 한 데 합치면 가슴까지 올라올만한 높이다.
인근에는 이 같은 간이식 포장마차 밥집이 6~7군데 있다. 메뉴도 다양하다. 비빔밥은 물론이고 주먹밥, 제육볶음밥, 철판볶음밥까지 두루 갖췄다. 가격은 모두 3000원대 미만.
직장인 최성제(31)씨는 “평소에 7000~8000원씩 점심값으로 쓰고 있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다른 세상 같다”며 “학생뿐만 아니라 일부 직장인들도 포장마차 밥을 이용하던데 이를 보니 서민들의 물가 고충이 얼마나 큰 지 단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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