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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이번엔 주가에 발목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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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비정상적인 우회상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가 난관을 만났다. 우량기업과의 합병 지원 보다는 이익에만 급급한 기관들의 이기주의로 인해 취지 자체가 퇴색되고 있다.

국내 첫 스팩 합병 사례인 대신증권그로쓰스팩 (대신스팩)의 임시주주총회 일정이 연기됐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주식매수청구가 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주요기관투자자들이 합병에 반대하며 주가 상승하지 않는 한 합병은 난항이 예상된다.
대신스팩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오는 오는 7일로 예정된 임시주총 일정을 연기한다고 3일 밝혔다. 대신스팩은 임시주총에서 주식분할과 감자·썬텔과 합병을 결의할 계획이었다.

주가가 문제였다. 대신스팩의 주가는 지난 2일에는 1870원으로 마감했다. 매수청구가격은 2007원이다. 주가가 매수청구가격 이하인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합병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KTB자산운용과 동부자산운용, 블리스자산운영은 '집합투자업자의 의결권행사' 공시를 통해 대신스팩의 합병에 반대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KTB자산운용은 대신스팩 주식 81만주를 갖고 있다. 전체주식총수의 7.39%에 해당한다. 각각 대신스팩의 지분 3.90%, 6.66%를 보유한 동부자산운용과 블리스자산운용도 합병반대에 나섰다. 0.88%를 보유한 GS자산운용은 임시주총에서 합병안에 대해 기권하겠다고 밝혔다.
합병반대의견을 밝힌 KTB자산운용과 동부자산운용, 블리스자산운영의 지분만 해도 196만7985주(17.95%)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지분에 대해 주식매수권을 청구하면 약 39억원의 자금이 들어간다. 현재 대신스팩 시가총액은 2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기관투자자들은 대신스팩의 주가가 부진하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동부자산운용 관계자는 "주가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 공모가 2000원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주식매수청구를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역시 합병을 앞둔 신영스팩과 HMC스팩도 대신스팩과 상황이 비슷하다. 신영스팩의 매수청구가격은 1080원이지만 주가는 지난 3일 현재 976원이다. HMC스팩도 매수청구가격 2225원에 주가가 2175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장외기업과의 합병이 목표인 스팩이 주가까지 신경써야하는 입장이 됐다. 정상적인 기업가치로 주가가 움직인다고 볼 수 없는 스팩으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대신스팩 관계자는 "현재 시장 환경이 비우호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환경 변화 등을 확인하고 적합한 시기에 합병 결의를 진행할것"이라며 "피합병사인 썬텔의 성장가치에 대한 신뢰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총 일정은 연기됐지만 이미 공시된 합병비율이나 기타 세부사항에는 변동이 없다는게 대신스팩의 설명이다. 대신스팩은 앞으로 기존 주총 예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주총 날짜를 다시 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물론 주가가 매수청구가격을 상회해야 합병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용어설명 주식매수청구권: 주총에서 합병 반대의견을 표시한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회사에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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