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서울 5인방' 조광래호 공격의 핵으로 뜬다
[파주=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지난해 FC서울은 10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와 팬들은 서울이 최고의 경기력을 뽐냈던 시기로 2008년을 꼽는다. 비록 수원 삼성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지만, 세뇰 귀네슈 감독 지도 아래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공격적인 축구와 패스 플레이는 지난 몇년 간 K리그 최고였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해 서울을 이끌던 주역은 고스란히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박주영(AS모나코), 이청용(볼튼), 기성용(셀틱), 정조국(AJ오세르), 고명진(FC서울)이 그 주인공.
당시 박주영과 정조국은 이미 각급 대표팀을 거친 대한민국 간판 공격수로 명성을 떨쳤다. 이청용과 기성용 역시 A대표팀에 선발되며 '쌍용 신드롬'을 일으켰고, 고명진은 비록 부상으로 불참했지만 사상 첫 K리그-J리그 올스타전 명단에 선발되며 잠재력을 꽃피우고 있었다. 이후 2008년 중반 박주영의 이적을 시작으로 지금은 모두 다른 팀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6월 평가전을 앞두고 A대표팀이 소집된 파주NFC(국가대표축구트레이닝센터) 앞은 흡사 3년 전 서울월드컵경기장 믹스트존을 옮겨놓은 듯했다. 기존에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은 물론 정조국, 고명진까지 A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것. 과거 서울의 유망주가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이들의 활약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 한 팀에서 뛰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며 지냈기에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안다. 경기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능력에 호흡이 더해지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로 이들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동료 선수로 서로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청용은 3년 만에 뭉친 서울 5인방에 대해 반가움을 드러냈다. 그는 "잘 아는 선수가 많아서 어느 소집 때보다도 기대가 된다"며 "실력 있는 선수들이라 오랜만에 함께해도 예전의 호흡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2007년 처음 다 같이 서울 1군에서 뛰던 느낌이 살아난다"고 덧붙였다.
오랜만에 한 팀에서 뛰는 친구와의 재회도 반가웠다. 그는 "아직 귀국한 지 얼마 안돼 명진이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로 통화도 자주하고 지낸 사이"라며 "나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호흡도 잘 맞는 친구다. 오랜만에 발을 맞춰보는데 정말 기대된다. 좋은 플레이가 나올 것 같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생애 첫 A대표팀에 선발된 고명진은 "오랜만에 청용-성용과 뛰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성용이는 이미 서울 클럽하우스가 있는 구리로 찾아와 두세 번 만났다. 청용이를 오랜만에 만나게 돼서 제일 반가울 것 같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고명진은 가장 호흡이 잘 맞았는 선수로 지금도 이청용을 꼽고 있다.
그는 "청용-성용과 서로 포지션이 겹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둘은 대표팀에서 범접할 수 없는 주축선수로 성장했다. 내가 함부로 경쟁이란 말을 꺼내기 힘든 사이"라며 겸손해했다. 이어 "나는 단지 조금이라도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훈련에 열심히 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조국 역시 이들과의 재회에 "반가운 친구들이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한 팀에서 뛰며 내게 많은 도움을 줬던 친구들이다. 그런 부분이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조광래 감독의 감회도 남달랐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옛 제자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이청용-기성용-고명진-정조국은 조 감독의 '유망주 프로젝트'에 따라 2003~2004년에 조기 발굴됐던 선수들. 박주영은 비록 서울에서 직접 가르친 적은 없지만 대표팀 주장으로서 가장 신뢰하는 공격수다.
자신이 직접 발굴한 선수들이 대거 대표팀에서 뛰게 된 사실이 뿌듯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내가 고맙다. 자기들이 열심히 안 했으면 이만큼 성장했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잘 컸으니 천만다행"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남모르게 품었던 고민도 털어놨다. '제 자식 챙기기' 아니냐는 비난이 걱정됐기 때문. "오해할 소지가 있어 선발 전까지 염려도 했는데 대표팀 명단 발표 후 다행히 소속팀에서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쳤다. 잘 뽑았다 싶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조 감독과 6년여 만에 한 팀에서 다시 만난 정조국과 고명진은 긴장감도 밝혔다. 정조국은 "다른 감독님이었다면 차라리 더 편했을 것"이라고 쑥스러워했다. 동시에 "내가 정말 존경하는 감독님이다. 그렇기에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건강한 부담감을 밝혔다.
고명진 또한 "내가 어렸을 때부터 조 감독님의 축구는 다이내믹하고 패스를 중시했다. 지금도 기본 틀은 변함없을 것이다"며 "감독님이 원하시는 축구를 잘 구사해 꼭 출장기회를 잡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공격적인 포지션이다. 박주영과 정조국은 최전방 공격수, 이청용은 오른쪽 측면 자원이다. 고명진은 왼쪽 측면과 중앙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기성용은 기본적으로 4-1-4-1의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날카로운 패스 공급으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다. '2008 서울 5인방'이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치를 최종 모의고사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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