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 고도와 21세기 산업단지의 완벽한 조화..中 쑤저우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작년 가을 문턱에 들어선 9월,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 만난 관광가이드는 서울시장 재직시절 이곳을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운하에 감탄하며 한강의 가치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중국 쑤저우에, 그것도 1400여년 전인 수나라 시절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운하를 건설해 '동양의 베니스'라는 별명을 가진 쑤저우시가 아마 이 대통령의 가슴 깊은 곳을 동(動)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에서 서쪽으로 약 100km를 버스로 달려 지난 30일 짐을 내린 장쑤성 쑤저우는 참 많은 별명을 가진 도시다.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 '유혹'스런 단어만 해도 실핏줄처럼 뻗어있는 '운하'를 빗댄 '동양의 베니스'로부터 어떤 이는 '지상의 천국'으로까지 부른다. 또 비단과 물, 특히 쑤저우 최고 정원이자 중국 4대 정원으로 꼽히는 줘정위안(졸정원ㆍ拙政園)도 있어 '원림지도(原林之都)'가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줘정위안은 16세기 초반 명나라의 관리가 벼슬을 잃고 고향으로 내려온 뒤 절을 사들여 조성한 정원으로 소설 '홍루몽'의 무대가 된 곳이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운하 양 옆에 줄지어 있는 건물이나 주택들에서는 주민들이 여전히 운하에서 물을 떠다 설거지를 하고 배에서 잠깐 내려 이름 모를 재래시장을 방문하면 중국 특유의 왁자지껄한 상인과 손님으로 전형적인 중국 도시 정취를 느끼게 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운하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쑤저우를 관광하며 이런 모습들에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쑤저우에는 경항대운하를 주축으로 도시 곳곳에 지류 격인 인공 하천들이 뻗어있고 때로는 뱃사공(소형 관광보트 선장)이, 때로는 물 길러 나온 노구의 입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뜻 모를 고음과 특유의 꺽어지는 소리가 가미된 노래자락에 귀를 유심히 기울여 보면 유럽의 운하도시와는 또 다른 마력(魔力)이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상하이에서 2시간 가까이 차를 몰고 와 운하와 정원 곳곳에서 웨딩촬영을 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하늘 아래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도 절감케 된다.
특히 이런 역사적 도시가 서울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산업단지를 보유하고도 생태(친환경)도시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을 더욱 놀랍다.
지난 1994년 중국은 싱가포르와 합자해서 쑤저우에 새로운 개념의 공단신도시를 개발했는데 지난 15년간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
한국에서만 삼성 등 대기업을 포함 총 70여개 기업이 이곳을 중국 거점으로 삼고 있는데 지난 2009년 말까지 쑤저우 공업원구에는 총 82개 국가의 500대 다국적 기업이 131개 프로젝트를 투자했다. 1억달러 이상의 투자항목만 100개를 넘는다.
한편으로 뿌듯하고 재미있기도 한 것은 삼성 계열사가 쑤저우공업원구 전체 매출의 29%를 차지하는 등 한국기업 기여도가 높아 중국·싱가포르 쑤저우 공업원구 홈페이지(www.sipac.gov.cn)에는 중국어, 영어와 함께 한국어가 채택돼 있다.
이렇듯 발전을 초고속으로 이뤄졌지만 막상 이 공업원구에는 공장 굴뚝도, 고압전선도 눈에 띄지 않는다. 시작단계부터 싱가포르가 생태환경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단지 설계 자체가 친환경적으로 지삭된 것이다. 또 오ㆍ폐수 처리시설도 별도로 갖춰 공장에서 배출되는 모든 폐수를 정화한 후 흘려보낸다.
쑤저우공업원구에서 직원 및 주민들이 애용하는 전기자전거. 이 곳은 환경을 생각해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전기자전거 또는 태양열 발전 등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삼성전자 관계자는 "쑤저우 공업원구 내에는 태양열과 풍력발전시설이 있는데 이는 국제학교 등 공공기관에 공급하고 가정에서도 태양열을 이용해 온수를 쓰는 곳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또 쑤저우 공업원구의 45%는 녹지지역인데 외국인 투자가 아무리 대단위로 이워진다고 해도 환경친화적인 분야가 아니면 받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나라 때 대운하 개통으로 강남쌀의 수송지로 활기를 띠어 '시장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경제적 부를 쌓았던 쑤저우. 지금 쑤저우는 고도(古都)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중국 대륙의 또 하나의 경제심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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