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해외 M&A 속도내나
[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일본 기업들이 내수시장 불황에 따른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엔고 현상과 저금리를 이용해 해외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외 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 행보가 대담해지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 규모가 올해 현재 34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역대 최대 규모로, 이미 지난해 한 해 동안의 342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8일 일본 최대 제약사 다케다약품공업이 스위스 제약사 나이코메드를 137억달러(96억유로)에, 일본 전자업체 도시바는 스위스 스마트미터기 제조업체 랜디스+기어를 23억달러에 인수키로 하면서 이날 하루 동안에만 160억달러 규모의 해외 M&A 계약이 발표됐다.
사상 최저 수준인 0~0.1%의 금리와 엔 약세 이점을 이용해 해외 M&A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디플레이션과 일본 정부의 대규모 부채, 인구 감소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지난 3월11일 대지진까지 발생하면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 연속 감소,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다케다의 하세가와 야스치카 사장은 "일본 경기 전망을 생각했을 때 일본 밖에서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해외로 나가야 한다"면서 "많은 경영자들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같은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지진이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의 짐보 유이치 글로벌마켓 부사장은 "다케다와 도시바의 거래만 해도 대지진 이전 인수 논의를 시작했으나 대지진으로 인수 계획을 중단하거나 연기하지 않았았다"면서 "다른 기업들도 인수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백년이나 천년에 한번 일어날만한 대위기가 지난 5년 새 두 번이나 일어났다"면서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생산 기반과 시장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추세와 대조적으로 1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거래들도 이어지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올 들어 총 7건의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인수 거래를 맺었다.
일부 금융업 종사자들은 일본의 많은 산업 부문이 과도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어 통폐합이 필요한 상황이라 대규모 해외 M&A 거래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FT는 다만 일본 기업들이 저금리와 엔강세의 이점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인수 목표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운 사모펀드 업체나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인수 거래에 성공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법무법인 프레시필즈 브럭하우스의 에드워드 콜 변호사는 “일본 기업들은 자금력에서 조금 뒤진다”면서 “사모펀드 업체들과 손 잡고 인수에 나서는 추세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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