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萬想] 간판급 식품업체, 간판이 없는 이유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서울시 쌍림동 CJ제일제당 빌딩. 국내 1위 식품업체의 위상답게 지상 20층ㆍ지하 5층 규모로 퇴계로 6가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빌딩에는 CJ제일제당 간판이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CJ제일제당 측은 초행인 사람들에게 빌딩 앞에 세워진 사람모양의 구조물을 보고 찾아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물에는 이미 '백설맨'이라는 애칭까지 붙여졌습니다.
남양유업, 매일유업, 샘표식품 등도 본사에 간판이 없습니다. 국내 식품시장을 주름잡는 이들 업체의 본사에 간판조차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이들 업체는 자체 사옥이 없고 건물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건물 일부분만을 임대해서 사용할 경우 자기 회사의 간판을 건물 전면에 내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옥을 짓지 않는 것일까요?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액은 무려 3조9627억원입니다. 남양유업은 1조280억원이며 매일유업의 경우 9095억원으로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 정도 기업이면 사옥 욕심도 날 법합니다. 사옥은 한 때 기업들의 '자존심'이라고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자존심보다는 '실리(實利)'를 추구하겠다는 것입니다.
CJ 계열사들이 개별 사옥 대신 한 데 모인 것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섭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그룹 본사 사옥이 남산에 있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를 위해 별도로 사옥을 소유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면서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계열사들 간 공조체제를 이루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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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과 매일유업, 샘표식품도 '겉모습'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사옥을 지을 돈이 있다면 생산설비와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서울 남대문 1가의 한 건물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남양유업은 지난해 200억원을 들여 충남 공주에 알레르기분석기 등 첨단장비를 갖춘 중앙연구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간판 식품업체들에게는 이처럼 간판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내실 경영은 '소비자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간판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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