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세계 각국 도시의 부동산시장이 현지 거주 투자자들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얘기는 이제 옛 말이 됐다. 돈 많은 부자들이 세계 주요 도시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되레 고급 주택은 외국인의 차지가 되는 경우도 흔해졌다. 영국 런던에서는 많은 러시아 부자들이 살고 있고, 미국 마이애미에는 브라질 사람들이 밀집해 있다. 중국인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외국인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5개 도시를 소개했다.

◆뉴욕=지난달 러시아의 유명 작곡가 이고르 크루토이(Igor Krutoy)씨는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플라자호텔 12층에 위치한 560㎡(6000 제곱피트)짜리 아파트를 4800만달러(약 520억원)에 샀다. 우리돈으로 3.3㎡(1평)당 3억원 정도에 매입한 것으로 뉴욕 아파트 거래사상 최고가이다.


부동산 감정 평가업체 밀러 사무엘의 조나단 밀러 최고경영자(CEO) 말에 따르면 맨해튼에서 거래되는 모든 주택 판매의 15~20% 가량은 외국인 차지다. 특히 수백만 달러 짜리 최신식 고급 아파트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높다.

뉴욕 부동산 중개업체인 코르코란 그룹(Corcoran Group)은 올해 1분기 회사가 판매한 신규 아파트의 20%는 외국인들이 사갔고, 한 아시아에서 온 부동산 투자자 팀은 아파트 13채를 각 150만~250만달러(약 16억~27억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뉴욕 맨해튼 금융지구에 위치한 윌리엄비버하우스는 특히 남미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콜럼버스 서클에 위치한 셰필드는 소유자 28%가 외국인이다. 세타이 피프스 애비뉴 레지던스의 아파트들은 1채당 가격이 120만~1500만달러에 달하지만 아파트를 매입하는 사람의 절반은 외국에 국적을 두고 있다.


맨해튼은 예나 지금이나 세계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지역 중 한 곳이지만 최근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의 국적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아일랜드 부자들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요즘에는 중국, 브라질 같은 신흥국에서 온 부자들이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한 동안 경기침체로 부동산 시장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던 러시아인들도 요즘 뉴욕 부동산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파리=프랑스 파리 부동산시장은 비싼 가격이라도 기꺼이 지불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 때문에 활기를 띠고 있다.


파리의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샹젤리제 거리 부근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38%나 급등했다. 파리 현지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200만유로(약 31억원)가 넘는 아파트의 경우 외국인 한 명이 집을 팔려고 내 놓으면 다른 외국인 3명이 달라붙을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과 브라질 투자자들은 최근 파리 부동산 투자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는 주요 고객들이고 프랑스의 인근 국가인 이탈리와 영국에서 온 외국인들도 전체 외국인 부동산 투자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러시아와 중동 투자자들은 주로 럭셔리 호텔과 부띠끄들이 밀집한 '골든 트라이앵글' 주변 아파트를 선호하는 편이다.


파리에 몇 개 없는 고급 맨션 투자자들도 외국인들의 몫이다. 걸프만 지역의 한 공주는 지난해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 강의 남쪽 지역 래프트 뱅크(Left Bank)에 있는 안뜰과 교회를 갖춘 고급 맨션에 9690만달러의 거액을 투자했다.


◆홍콩=중국 부자들은 자국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며 중국 정부의 골머리를 앓게 한데 이어 홍콩으로까지 넘어와 홍콩 부동산 가격 급등을 야기하고 있다.


홍콩 부동산 가격은 이미 역사적 고점을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부동산 가격이 비싼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부동산 업체 사빌스에 따르면 홍콩의 주택 가격은 런던 보다 52%, 뉴욕 보다 111%나 비싸다.


올해 4월 홍콩 미드레벨 지역의 523㎡ 크기 아파트 가격은 3억6100만홍콩달러(504억원)에 중국 본토 투자자에게 팔렸다. 중국 온라인 게임회사 자이언트 인터렉티브의 설립자 스위주 대표가 아파트를 매입한 것. 포브스에 따르면 그는 순 자산이 16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재력가다.


비슷한 시기, 중국 허베이에서 해운회사 호스코 그룹을 운영하는 가오얀밍 회장은 홍콩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리펄스베이에서 6억6000만홍콩달러짜리 주택을 매입했다.


중국 본토에서 온 부자들은 홍콩에서 1200만홍콩달러가 넘는 고급 아파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주룽반도 서쪽 지역에서 거래된 고급 아파트의 28.8%는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사 간 것이었다. 아파트 가격이 비쌀수록 매입자가 중국인일 가능성은 크다.


부동산업체 존스 랑 라셀의 조셉 창 담당자는 "홍콩에서 1채에 2억홍콩달러가 넘는 아주 비싼 아파트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거래가 중국인들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우크라이나 최고 갑부 리나트 아흐메토프는 지난 1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영국 런던 소재의 아파트를 1억3600만파운드(2400억원)에 샀다. 그가 매입한 아파트는 침실 세 개짜리 일반 아파트의 16배로 15가지 유형의 고급 대리석과 수천 그루의 유럽산 참나무를 마감재로 사용한 것이다.


런던은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외국인 부동산 매입자 비율이 가장 높다. 부동산 시장조사기관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런던 중심가에 위치한 1채당 500만파운드가 넘는 고급 주택의 경우 사는 사람의 64%가 외국인일 정도다.


런던은 부동산을 매입하는 외국인 국적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도시 중 하나다. 지난해 61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런던에서 주택을 구입해 2009년 46개국 보다 국적 수가 늘었다. 외국인 가운데 러시아, 중국, 인도, 중동 부자들은 가장 두드러진 투자자들이다.


안정적인 런던의 경제와 정치 환경이 세계 부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2008년 이후 달러화 대비 20%나 떨어진 파운드 가치도 부동산 투자를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


숲으로 우거진 런던 햄스테드 빌리지는 최근 3개월간 주택 매입자의 80%가 미국인일 정도로 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마이애미=미국 그레이터 마이애미(Greater Miami) 지역은 지난해 거래된 주택의 60%가 외국인 소유가 됐다. 특히 시 중심지의 새로 지어진 고급 아파트의 경우 90%가 외국인에게 판매됐을 정도다.


마이애미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은 브라질 부자들이 많다.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가 지난 2년 동안 달러 대비 40%나 오른 환율 영향이 크다. 러시아인들은 마이애미 북쪽 해변가 지역을 선호하고, 이탈리아인들은 카프리 사우스 비치 지역 부동산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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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미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었기 때문에 마이애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여전히 싸다는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아이콘 브릭엘(Icon Brickell) 단지의 아파트 2채는 지난해 7월 30% 할인된 가격에 덴마크 신발제조업체 대표 손에 넘어갔다.


지난해 6월부터 분양에 들어간 아이콘 브릭엘 단지의 경우 현재 (상대적으로) 싼 값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80% 정도 분양이 완료됐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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