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취임 뒤 ‘세계 최고 이공계 대학’ 목표로 학교 변화 이끌었지만…학생들 잇단 자살로 막내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7일 오후 네번째 학생자살 뒤 가진 기자회견 때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7일 오후 네번째 학생자살 뒤 가진 기자회견 때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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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올 들어 네 번째 학생 자살이 있던 7일 오후 6시30분.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최병규 교학부총장, 이균민 교무처장, 이승섭 학생처장 등과 침울한 모습으로 대전에 있는 본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카이스트는 개교 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구체적인 사유를 불문하고 있어선 안될 일들이 카이스트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학부모님들께, 학생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고개를 떨궜다.

◆ 서남표식 성장주의 교육 개혁이 낳은 비극=2006년 카이스트 총장이 된 뒤 학내·외 압력을 물리치며 개혁을 해오던 서 총장이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서 총장은 대학개혁의 상징이다. ‘KAIST를 세계 최고의 이공계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52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왔다. 서 총장은 “구호만 앞세운 개혁이 아니라 진정한 변화를 위해 ‘지금까지의 방식으론 안 된다“고 선언했다.

그는 ▲교수심사 강화 ▲성적이 나쁜 학생으로부터 등록금 받기 ▲100% 영어강의 ▲인성평가 위주의 입시개혁 ▲미래잠재력을 중시한 교수채용 등 부임 3년 만에 KAIST의 가시적 변화를 끌어냈다. 성장주의 교육개혁도 꾀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학생(7805명) 중 1006명(12.9%)이 1인당 평균 254만여원씩의 수업료를 내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쌓였다. 교양과목까지 영어로 수업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일었다.


지난 1월에 자살한 전문계고 출신 조군은 평소 학점이 2.0 이하로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숨진 박군도 학점미달로 수업료부과대상이어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서남표식 개혁, 어떻게 바뀌나=서 총장은 결국 기자회견 때 개혁방향을 바꿀 것임을 밝혔다. 다음 학기부터 수업료부과제도를 없앨 계획이라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4년의 학사기간 중 수업료면제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얘기다. 개혁 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학생평가도 GPA(학교내신) 평점내용을 창의적이나 교육을 고려해 성적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 다른 항목을 더해서 손질할 예정이다.


또 교학부총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서 학교의 전반적 문제에 대한 개선안 등 학생정신건강과 학사제도를 다시 검토해 새 학기부터 적용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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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정안은 오는 6월 최종 마무리해 학내구성원 동의와 교육과학기술부 협의를 거쳐 다음 학기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서 총장의 개혁이 멈춰서는 순간이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학교변화를 이끌었던 서 총장의 개혁이 ‘현재의 방식으로도 안 된다’는 결론을 앞에 두게 됐다. ‘서남표式’ 성장주의교육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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