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팔문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이 말하는 근로자의 복지는?

강팔문 이사장은 "건설 근로자들의 삶도 남들처럼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강팔문 이사장은 "건설 근로자들의 삶도 남들처럼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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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나에겐 열한명이 가장 중요하다."


불호령이 떨어졌다. 23일 건설근로자공제회 회의실에 모인 임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강팔문 이사장의 이마에는 굵은 핏줄이 꿈틀거렸다.

공제회는 최근 건설 근로자를 위한 건강상해보험을 마련하기로 했다. 비용은 공제회에서 부담, 근로자에게 무상 혜택을 주기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보험사도 나서지 않았다. 공사판에 그늘진 사고의 위험에 근로자들은 늘 무방비 상태였다. 강 이사장은 보험사를 찾아가 위험하기에 더 보호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결국 현대해상과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공제회와 현대해상에서 총 3000명을 지원하기 위한 연락이 시작됐다. 이날까지 총 1500여명을 연락했다. 하지만 11명이 문제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노가다 무식하다고 무시하는 건가? 난 보험 없어도 잘 산다. 무슨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거냐!!"

11명의 인심은 건설근로자들의 노동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심지어 건설근로자들을 고용한 하청업체들은 이들이 20일 이상 일하면 건강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시켜줘야 하기에 이들이 일한 일수를 19일로 맞추는 상황이었다. 그 누구도 320만명에 달하는 건설근로자를 지켜주지 않았다.


강 이사장은 이들의 인심을 꼭 돌리고 싶었다. 불호령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건설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관련 본부장이 직접 전화해 4명이 돌아섰지만 아직 7명은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강 이사장은 "지난 2일부터 가입이 시작됐다"며 "3일 암 진단을 받은 이는 바로 보험금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7명도 꼭 마음을 돌려서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제회는 강 이사장 취임 이후 건설근로자 복지 향상을 위해 혁신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강 이사장은 지난해 '건설기능인의 날(11월22일)'을 제정해 근로자들을 위로했다. 건설근로자 복지 향상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이같은 그의 의지에 힘을 실어주는 이들도 하나 둘 씩 생기고 있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의 회장은 기능인의 날 행사를 지켜보다 지난 1월께 강 이사장에 전화를 걸었다. 한 해 동안 부산 건설근로자들의 아이들 100명에게 700만원씩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강 이사장은 한 걸음에 부산으로 내려가 그를 반겼다.


하지만 강 이사장은 아직 목이 마르다. 건설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이 나아지지 않는한 우리나라 건설 근로자들의 씨는 마를 전망이다. 공사판의 노령화는 이미 오래된 얘기다. 젊은이들의 굵은 땀방울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넘어와, 20년차 기능인의 손짓발짓을 알아들으며 꾸역꾸역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는 건설노동자들이 웃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임금 상승이 필수적이며 임금 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직불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년된 건설근로자가 한 해 200일을 일할 경우 2800만원을 받는다. 이를 4년제 대학 나온 직원들의 초임이 2400만원인 것과 비교해보면 이들의 기능이 얼마나 낮게 평가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공사 입찰시 노임은 입찰대상에서 빠져야 하며 입찰시 기능장, 20년이상 근로자 등 기능인 필수 추가 조건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시스템도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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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입찰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쉬운 것이 노임을 깎는 것이다. 임금은 계속 내려간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면서 더욱 심해졌다. 경기침체가 건설사들을 힘들게 하면 할 수록 건설근로자들의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뿐이다."


그는 이날도 이름 석자에 걸맞게 8도를 돌아다닐 준비를 마쳤다. 특히 이날은 보험 홍보를 위해 나설 예정이었다. 본부장들에게는 나머지 7명의 마음을 꼭 돌릴 것을 지시했다. 안되면 직접 전화를 걸겠다는 말도 함께 전달했다. 건물 밖에는 황사가 몰아쳤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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