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 약간 쉰듯하면서도 단어 하나하나에 임팩트가 실려 있는 고객님의 목소리를 듣자 고객님의 직업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서로 인사만 한 정도로는 신상정보를 여쭤보기가 겸연쩍어서 친해진 뒤로 미루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또 목소리는 어찌나 크신지 옆 홀 그린까지 들릴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진지하게 기도를 하셔서 카트 소리도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른 세 분의 서브를 마쳤어요. 조금 기다리자 "아멘"하시고는 끊자마자 "자매님, 8번 아이언주세요"라고 하십니다. 제가 "고객님, 저, 거리는…"이라고 말을 이으려고 하자 "그냥 8번 주시면 돼요"라며 잘라 말씀하십니다.
약 145m 되는 거리여서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너무도 멋지게 핀 옆으로 척 붙이십니다. 기도 중이셨는데 거리는 언제 확인하셨을까? 목사님들께서 골프를 즐기는 건 여러 차례 봤지만 매 홀마다 버디 찬스를 만드시는 목사님은 처음이었습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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