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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중국의 부상,일본의 침체,그리고 한국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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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4분기 GDP감소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흔히 일본 국기를 욱일승천(旭日昇天) 기라고 한다. 사전 그대로의 뜻풀이를 보면 "아침 해가 하늘에 떠오른다"이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일본은 미야모토 무사시 등 세계 최대 전함에 붉은 태양에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햇살을 표현한 이 깃발을 달았다. 60여년이 지난 지금 욱일승천이라는 말은 일본에 전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중국 오성홍기에 딱맞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중국의 국기는 흔히 오성홍(五聖紅) 기라고 한다. 별 다섯개를 붉은 장막위에 그린 데서 유래한다. 큰 별은 중국 공산당, 작은 별은 노동자, 농민, 학생 및 지식인을 나타낸다. 붉은 색은 공산주의와 혁명, 별의 노란색은 공산주의의 밝은 미래와 중국인민의 종족성(주로 '황인종'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을 나타낸다.
4개의 작은 별의 중심에서 뻗은 직선은 큰별의 중심에서 만나는데, 이는 중국 공산당(중공, 中共)의 영도하에 혁명인민의 대단결을 상징한다는 뜻이다. 이게 웬만한 포털에 나와 있는 풀이다.

최근에 나온 각종 지표를 본다면 중국이 욱일승천한다고 해도 전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욱일승천하는 중국이 기존의 태양을 가릴 지경인데 무궁함을 지향하는 한국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상승 일변도의 중국 지표,무역수지 해외진출 급증=중국의 모든 지표는 오른 쪽으로 올라가는 상승곡선 아니 직선을 타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우선 무역수지만 해도 그렇다. 폭발적인 수출신장세 덕분에 무역수지는 계속 흑자다. 1월 무역수지 흑자폭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하나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다. 중국 해관총서는 14일 1월 무역수지가 64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 기록한 131억달러 흑자보다 크게 준 것이다.

1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37.7% 증가한 1507억3000만달러, 수입은 51.0% 증가한 144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도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해 지난 해 중국에 대한 FDI는 5년 전에 비해 70% 늘어나며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중국도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동남아 아프리카 공략에만 그치지 않고 이제는 자본주의의 본산 북미시장이나 미국의 텃밭인 중남미 시장을 두들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중국이 콜롬비아 정부와 태평양-대서양 카리브해를 연결하는 220km의 육로 철도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 Manuel Santos) 콜롬비아 대통령은 FT를 통해 이와 같은 논의가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철도 구축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 및 이를 통한 t 당 운송비용 등을 산출해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20km의 '드라이 커넬(dry canal)' 철도가 태평양을 지나 최종 도착하게 될 도시 우라바(Uraba)는 콜롬비아 북부 카리브해안 항구도시 카르타헤나(Cartagena)와 인접한다. 카르타헤나는 중국산 제품들이 미국으로 다시 수출 되기 위해 집결하는 곳이다. 또 콜롬비아산 원자재가 중국으로 이송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드라이 커넬'이 구축되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할 때 보다 물류의 태평양-대서양 이동시간이 더 단축될 전망이다.

콜롬비아는 아시아와 미국과의 교역을 늘리기 위해 오래 전부터 파나마 운하를 대체할 또 다른 운송로 구축을 꿈 꿔 왔다.

중국과 콜롬비아의 교역 규모는 지난 1980년 1000만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 50억달러를 넘어서며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콜롬비아에 있어 미국에 이은 제 2 교역국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또 콜롬비아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조만간 콜롬비아·파나마 자유무역협정(FTA)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T는 중국이 이러한 콜롬비아 정부의 기대를 읽고 철도 구축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이 최근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중국의 정책과 일맥상통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중국 최대 에너지기업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가 캐나다 천연가스 생산업체 엔카나(Encana)와 손 잡고 캐나다 지역의 천연가스 확보에 나섰다.

따르면 페트로차이나는 캐나다 컷뱅크 리지(Cutbank Ridge) 가스전 천연가스 개발 사업권 50%의 지분을 54억캐나다달러(미화 5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엔카나와 합의했다. 페트로차이나가 북미 지역에서 천연가스 자산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따라 페트로차이나의 해외자원 투자 자회사인 페트로차이나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는 엔카나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와 앨버타주 일대에서 천연가스 개발에 나선다.

페트로차이나는 컷뱅크 리지 가스전을 통해 매일 2억5500만 입방피트(1입방피트=0.028317㎥) 규모의 천연가스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인수까지 합치면 지난해 부터 중국 기업들이 해외 에너지 자산 인수에 들인 돈은 460억 달러(한화 51조 원)나 된다.

중국 정부는 석유 보다 환경 오염을 덜 유발하는 천연가스 활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0%로 만드는 등 사용량을 지금의 3배로 늘릴 계획이다.

◆시장 수성에 급급한 일본,부채로 입지좁아=중국과 대조적으로 일본은 시장 수성에 급급하고 있다.

엔고로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데다 아시아 등 이머징 시장과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경쟁격화로 날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4분기 일본 경제는 5분기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 둔화와 경기부양책에 따른 지출 증가 탓으로 풀이 된다.

14일 일본 내각부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으며, 연율 기준 1.1% 하락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2%보다 높은 수치다. 명목 GDP는 전분기 대비 0.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 GDP하락은 지난해 하반기 친환경 자동차 보조금 종료 등으로 개인 소비가 급격하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연간 GDP 실질성장률은 3.9%로 3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달러 환산 GDP는 5조4742억달러로 중국에 4044억달러 뒤진 세계 3위로 내려 앉았다. 일본이 중국에 세계 경제대국 2위 자리를 내준 것은 1968년 이후 42년 만이다.

걱정은 또 있다. 고령화에 따른 내수시장 침체로 일본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유출되고 있는 게 문제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4년만에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외국인들의 일본 투자가 활발했지만 일본을 빠져나간 자금이 유입 자금을 넘어서면서 결과적으로 지난해 1447억 엔이 유출됐다.

,지난해 일본에 직접투자한 해외자본은 전년 대비 41% 늘어난 4조9099억엔을 기록했다. 중국 섬유업체 산둥루이가 일본 의류업체 레나운의 지분 41%를 인수했고,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스즈키자동차 지분을 인수하는 등 해외기업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진 덕분이다.

그러나 지난해 외국인 투자금 유출액은 전년 대비 110% 증가한 5조546억 엔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외국 기업들이 일본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한 영향이다.

지난해 프랑스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은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일본 생산을 정리했다. 미국 미디어업체 리버티 글로벌은 일본의 주피터텔레콤의 보유지분을 매각해 일본 시장에서의 사업을 철수했다. 유럽과 미국 제약업체 및 소매업체들도 일본 사업을 통합하거나 정리하고 있다.

크레디 스위스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산업구조 개혁이 정체되고 있는 것도 외국인직접투자가 줄어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작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기에는 발목을 잡는 물귀신의 손아귀 힘이 너무 센 듯하다. 바로 국가 부채 문제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내수 침체를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살려야 하는 데 정부의 금고가 텅비어 있는 형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9년 일본 중앙 및 지방정부의 부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217%로 집계됐다. 이는 부채 집계가 시작된 1875년 이후 최고치다. 세계 2차대전이 진행 중이던 1942년 일본 정부 부채는 GDP 대비 105%, 1944년에는 204%를 기록한 바 있다.

IMF는 고령화와 장기불황으로 정부부채가 계속 증가하면서 2012년 일본 정부부채가 GDP 대비 23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현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2016년에는 GDP 대비 277%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5년 후면 일본의 정부부채가 1946년 영국이 기록했던 정부부채 수준인 GDP 대비 269%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1차 대전 후 독일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때를 제외하고는 선진국이 기록한 역대 최악의 부채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고 있고, 국채의 95%를 일본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지만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일본 정부나 일본 경제를 압박하기에 충분한 무게다.

더욱이 일본이 다른 자금 조달원을 찾지 못한다면 국채 발행으로 부족분을 메우면서 일본 정부의 부채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케다 모토히사 일본 재무성 무대변인은 "일본의 GDP 성장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일본은 아직도 부유한 국가로서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 회복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긴 하지만 중국의 욱일승천 대세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대안은 없나, 한국이 배울 점은=일본과 중국, 한국의 공통점은 수출주도 경제라는 점이다.

중국의 인구가 13억명, 일본이 1억2000만명으로 한국 4800만명에 비해 월등히 크지만 다들 내수보다는 미국 등 세계 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쾌주는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 증가 덕분이 크다.과거 일본이 걸어온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가 다르고 경제 운용주체가 다르다고 하지만 한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물건을 팔아 돈을 벌어놓지 않으면 잘 살고 싶어도 잘 살 수 없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중국의 무역흑자나 일본의 무역흑자, 그리고 경제성장이 뒷받침한다.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버틴 것도 과거 수십년간 미국 국채와 해외 투자 등의 다양한 형태로 축척해둔 무역수지 흑자 덕분임은 아무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이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점이다.무역수지 흑자를 더 불려야 한다. 무역수지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동시에 중국에서 번 흑자분을 일본에 갖다 받치는 현재의 무역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런 과제는 지난 수십년간 노력을 기울였어도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도 해야 한다.

중국이 세계 생산공장에 그치지 않고, 세계 시장 지배자로 등극해서 시장을 좌지우지 할때를 대비해서라도 이런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 프랑스의 석학 기소르망이 우려하듯 중국은 한국을 언제든지 자국 영향권에 편입시키려 들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희준 조윤미 공수민 김영식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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