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촉진법, 기업 위주로 부활한다
당정 큰 이견 없어 2월 임시국회서 통과될 가능성 높아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지난해 말 시한이 끝나 폐지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부활할 전망이다.
특히 다시 살아나는 기촉법은 구조조정(워크아웃) 과정에서 기업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한나라당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당정 회의를 갖고 기촉법 부활에 뜻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2013년 말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촉법이 다시 제정될 예정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10일 "기촉법 부활에 대해서는 당정 간에 크게 이견이 없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거의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을 다루는 입장에서는 법적인 평등성을 감안할 때 채권자의 동등 대우 원칙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법무부와 대법원 등 법조계는 기촉법 부활에 반대하고 있다. 기촉법에 의한 구조조정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 및 사적 자치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워크아웃 개시 결정 및 진행 과정에 해당 기업이나 소수 채권기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도 지난해 기촉법 연장을 논의할 때 채권단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금융위는 이런 지적을 감안해 워크아웃 개시 단계에서 채권단이 해당 기업과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도 기업에 조정신청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부실징후 기업의 효율적 정리와 채권단 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기구인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 안에 별도로 '구조조정기업 고충처리위원회'를 만들어 대한상공회의소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기업 쪽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은 스스로 구조조정을 신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조조정 과정에서 문제점에 대해 의견도 낼 수 있게 된다. 그간 구조조정에서 수동적인 위치에 있던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셈이다.
현재 기촉법의 효력이 상실됨에 따라 부실징후 기업이 발생할 경우 자율 워크아웃이나 파산·법정관리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업과 채권단 간의 자율 워크아웃은 제2금융권의 여신 비중이 약 30%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기촉법은 채권단 75%의 동의로 워크아웃이 가능하지만 자율 워크아웃은 사실상 모든 채권금융기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구 기촉법이 2005년 말 효력을 잃은 이후 자율 협약을 통해 워크아웃이 진행됐던 6개 대기업 현대LCD·VK·비오이하이디스·현대아이티·팬택·팬택엔큐리텔 중 팬택·팬택엔큐리텔을 제외한 4개 회사가 워크아웃에 실패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중 현대LCD와 VK는 자율협약 추진 과정에서 제2금융권의 협약 거부 및 채권회수로 인해 법정관리로 가게 됐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워크아웃과 달리 상거래 채권 등이 거래가 정지되기 때문에 사실상 정상 영업이 불가능하고 협력업체가 연쇄 부도에 빠지는 등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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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40여개의 워크아웃 업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촉법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한시법 종료에 대비해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약을 제정하는 등 시장 자율의 구조조정 여건을 조성할 방침"이라며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통합도산법과의 조화 등 중장기적 구조조정 체제 정비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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