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과소비, 결국 요금인상 처방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달 초 26개 기업이 700억원 규모의 손해를 본 여수산단 정전 사고는 전력대란이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음을 일깨웠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잇따랐고,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까지 나서 '내복 생활화'를 부르짖고 있다. 정부는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상반기 중 중장기 요금 인상안을 마련해 7월에 원가연동제(전기 생산에 쓰이는 원료 가격이 오르면 전기 요금도 올리는 제도)를 도입하고, 내년 초 한 번 더 요금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가격기능'까지 동원하기로 한 배경은 뭘까.
총론은 한 가지다. '저렴한 전기요금이 에너지 과소비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02년 이후 등유와 도시가스 가격은 각각 98%, 43% 올랐지만, 전기요금 인상률은 12%에 그쳤다. 그 사이 값이 크게 뛴 등유 소비는 55% 줄었지만, 전기 소비는 49% 급증했다.
밑지고 파는 전기요금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주택용을 기준으로 지난해 전기요금은 생산 원가의 93.7% 수준이다. 농업용이 가장 싸고(36.5%), 심야전력(73.9%)과 산업용(96.5%) 전기 요금도 원가 이하로 공급된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의 영업적자는 지난해 1조8764억원(3분기 누계)까지 늘었다.
하지만 각론에선 입장이 나뉜다. 이 대통령은 최근 "이렇게 전열기를 많이 쓰는 건 비정상적이다"라면서 "가격 기능을 동원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정과 사무실의 개인 난방에 전력난의 책임을 돌리며 요금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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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민단체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에너지시민연대와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0일 공동성명을 통해 "전력난은 연간 전력 소비량의 52%를 차지하는 산업용 수요 탓"이라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특히 주택용 전기요금의 3분의 1(원가 회수율 기준) 수준인 산업용 경부하요금(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의 요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한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저렴한 게 사실이다. 한국의 1kW(킬로와트)당 산업용 전기요금은 0.058달러(76.6원) 수준이지만, 미국은 0.068달러로 우리보다 높다. 프랑스(0.107달러)와 영국(0.135달러), 일본(0.158달러)의 요금 수준은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세 배 이상 비싸다. 최근 일본의 대표적인 화학기업 도레이 등은 '싼 전기요금'을 이유로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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