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주영은 늘 그렇듯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소리없이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때와 비교해 한층 성숙해진 모습은 24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소속구단의 차출 번복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박주영은 구단과 감독을 설득하는 각고의 노력 끝에, 그리고 대회 합류 직전 프랑스리그 낭시전에서 2골을 폭발한 최고의 골감각을 안고 광저우행 비행기에 올랐다.
예상대로 선발에서 제외된 박주영은 경기 도중 김보경이 목이 마르다고 하자 얼른 달려가 물통을 건네주는 등 '스타'가 아닌 '큰형'의 모습을 보였다. 북한전 패배 후에도 주장 구자철에게 "모두가 희생해서 한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압박감을 털어내라"고 어깨를 두드렸다. 도하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잔뜩 긴장하고 굳었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를 이뤘다.
그리고 3-0으로 앞선 후반 33분 기막힌 힐패스로 조영철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윤빛가람이 박주영에게 횡패스로 찔러준 것을 박주영이 그림같은 힐패스로 조영철에게 전달했고 이를 조영철이 강슛으로 연결, 네번째 골을 만들어낸 것.
박주영은 광저우에 도착한 뒤 "홍명보 감독님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을 뽑아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고 금메달에 큰 힘으 보태겠다는 의미였다.
이날 박주영은 비록 골을 기록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존재감을 뿜어내며 24년만의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걸게 만들었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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