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타깃 어디?" 재계 집단 스트레스
한화·태광 이어 대우조선까지 칼끝 겨눠
檢 전방위 수사에 내년 사업계획 올스톱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김효진 기자]정ㆍ재계를 겨냥한 검찰 사정 수사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면서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부작용의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화그룹과 태광그룹, C&그룹에 이어 대우조선해양까지 검찰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 지를 두고 소문만 무성한 상황에 재계는 깊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가 닥쳤지만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로 향후 검찰의 문어발식 수사에 대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연말은 기업들이 내년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라며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해 다른 기업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누구지? 혹 우리는 아닐까' 기업들 '전전긍긍'=올해 연말은 기업들에게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시기다. 더구나 내년 글로벌 경제는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가득찼다. 전기ㆍ전자, 자동차ㆍ부품, 화학, 항공 등 주요 업종별로 사상 최대의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년에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가늠자는 글로벌경제가 아닌 국내 검찰 수사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쏠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기업이 있겠냐만은 이번엔 타깃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 안에 포함될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자 일상이 됐다"며 "예전 같으면 사업 계획을 짜느라 한참 바쁠 시기에 모든 것이 올스톱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 소문으로 떠도는 '3S'와 C, W 등 이니셜만 거론이 돼도 해당 기업은 바짝 긴장하는 형국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전 세계가 한국을 주시하고 있는데 자칫 우리나라 기업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며 "여러 방면으로 볼 때 검찰의 수사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알맹이 없는 타깃 수사에 기업들 끝내 '발끈'=올 한해 끊임없이 사장 연임 로비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아 온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남 사장은 지난 2일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대우조선이 대외 신인도 훼손과 3만여 임직원 사기 저하로 인한 유ㆍ무형의 피해가 큰 상황으로, 이는 외국 선주들의 발주 기피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직접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로 입은 피해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 반드시 책임을 물을 뜻을 밝힌 남 사장의 발언에 재계는 내심 놀란 눈치다. 재계 한 고위 임원은 "사실 검찰의 타깃이 누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기업 수사는 경제적 피해를 감안해 속전속결로 충분히 승복할 수 있는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마이웨이' 언제까지=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1년 반 만에 활동을 재개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재계 살생부' 양산기 노릇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무런 성과를 내놓지 못한 채 이번 수사의 의혹은 '정치인 로비리스트'와 함께 정ㆍ재계를 넘어 금융권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여전히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워낙 사안이 복잡하고 확인할 게 많아 수사가 간단치 않다"면서 "모든 의혹을 원칙에 따라 차근차근 규명해나간다는 게 검찰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중수부는 수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적절한 대응으로 소문이나 의혹의 진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스스로도 명확한 가닥을 못 잡았기 때문에 난무하는 루머 앞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