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의 책 5편]“빈곤한 자원과 역사적 질곡이 성공을 피워낸 역설”
김진규 건국대 총장이 말하는 책 ‘창업국가’
[총장님의 책 5편]“빈곤한 자원과 역사적 질곡이 성공을 피워낸 역설”
김진규 건국대 총장이 말하는 책 ‘창업국가’
지난 9월1일 취임 이후 새벽까지 일하며 교직원들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는 김진규 총장. 하지만 바쁜 일정 속에도 김 총장을 잠 못들게 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창업국가(Start-up Nation)'입니다. 이스라엘이 이룩한 놀라운 발전의 비밀을 깊이 있게 분석한 책으로 김 총장은 대학에 혁신이 필요하며 그 해답은 이 책 속에 모두 담겨있다고 말합니다.
< 편집자 >
◆ “빈곤한 자원과 역사적 질곡이 성공을 피워낸 역설”
질곡의 역사와 자원의 빈곤이 오히려 축복임을 알게 해 준 책 때문에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창업국가'가 그랬다. 전쟁 통에 태어나 가난한 삶을 지켜본 세대로서 내세울 만한 자원이 없는 대한민국도 이스라엘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rosh gadol'에 주목했다. 히브리어로 풀어보면 rosh는 머리요 gadol은 대제사장쯤 되니 rosh gadol은 이스라엘을 이끌어가는 똑똑한 리더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0년간 해외투자를 하지 않았던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레바논과의 전쟁으로 미사일이 떨어지는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의 과학기술에 감탄한 나머지 45억달러를 투자해 '이스카'라는 회사를 매입했다.
보수적 투자가로 유명한 그는 "나는 이스라엘 땅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열정과 창의력이 가득 찬 두뇌(rosh gadol)에 투자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1960년대 사막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rosh gadol의 모임인 과학기술집단 OCS(Office of Chief Scientist)를 만들어 해수 담수화 기술을 개발해 세계 특허를 장악했다. 1980년대에는 오일 쇼크에 대비해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안전 기술을 미리 확보해 놓았으며 1990년대에는 '요즈마'라는 이름의 펀드를 만들어 rosh gadol들이 벤처창업을 할 수 있도록 불을 지피는 성냥을 제공했다.
'창업국가'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역경 극복 사례를 읽으며 나는 경외심마저 가지게 됐다.
이스라엘의 성과는 좋은 환경 속에서 꾸준히 투입된 노력의 결실이 아니라 전쟁터의 '위기감'과 '절박함'이 가져다 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절실함을 치밀한 국가전략과 독특한 문화를 통해 혁신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단적인 예를 살펴보자. 2000년부터 4년동안 레바논과 분쟁을 겪던 이스라엘에는 로켓포 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이스라엘은 오히려 더 빠르게 성장했다. 해외 국가에 직접 투자하는 통계를 나타내는 FDI 자료를 보면 2000년부터 5년동안 이스라엘의 FDI 지표는 3배로 늘었고 세계의 벤처자금이 이스라엘로 유입된 비율은 2배로 늘었다.
사실 우리도 원자력 분야에서 이스라엘이 보여준 것과 비슷한 혁신을 이룩하기도 했다. 석유가 흘러넘치는 산유국이었다면 우리는 원자력 선도국가로 거듭날 수 없었을 것이다.
구글의 검색엔진을 만든 것도 이스라엘의 성경 색인 학자가 참여해서 가능했고,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벤처창업가를 통해 세계 최초의 전기자동차 운영국이 된 것도 다 불가능을 이겨내려고 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히브리말로 지식을 의미하는 '예다'라는 조직을 만들어 연구결과를 시장성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이스라엘의 대학이나 이스라엘 최고의 대학교수와 성공하는 기업 창업자를 만들어 내는 '탈피오트' 부대는 우리 대학의 혁신에 참조가 될 만한 것들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와 '체면'을 걱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역시 이스라엘의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실패조차도 소중한 경험의 하나로 만들어 내는 사회 분위기가 더욱 절실한 때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캠퍼스 문화를 만들어 나가려는 모든 건국대 가족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 건국대학교 총장 김진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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