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승훈 기자] '라이몬다'는 중세 고전의 작품으로 '백조의 호수''호두까기인형'처럼 자주 접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무엇보다도 대중성이 결여됐다는 점.
하지만 수년전부터 각국에서는 '라이몬다'를 무대에 올리며,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의 음악을 재평가했다. 글라주노프는 제정 러시아 말기부터 소련시대 초기까지 활동해온 음악가로, 우리에게는 냉전시대의 인물로 알려지면서 다소 잊혀졌던 음악가이기도 했다.
'라이몬다'는 13세기 중세 십자군 시대의 헝가리 왕국을 배경으로 한 클래식발레로 웅장하고 화려함으로 손꼽히는 대작이다.
'라이몬다'는 십자군 전쟁에 출정한 기사 장 드 브리엔의 약혼녀 라이몬다가 사라센 영주 압데라흐만의 유혹과 협박을 물리치고 마침내 그와 결혼한다는 내용으로 어렵지 않은 스토리에 화려한 웅장한 중세유럽풍의 왕국을 그대로 무대로 옮겨와 정통 클래식의 진수를 보여줬다.
'라이몬다'의 전막은 그동안 보기 힘들었다. 주로 갈라 공연이나 '해설이 있는 발레'에서 주요 장면만 소개됐지만, 이번 국립발레단과 볼쇼이 발레단은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서 무대에 올렸다.
2막에서는 사라센의 영주 압데라흐만이 라이몬다에게 구애하는 장면이 특히 볼 만했다. 이 외에도 아랍과 스페인의 민속춤, 헝가리풍의 경쾌한 캐릭터 댄스도 감상할 수 있다. 앙상블의 연기도 탁월했다. 앙상블들은 주역을 뒷받침해주면서도 무대에 안정감을 줬다.
공연의 또 다른 팁은 1막에서 순수하고 귀여운 소녀 라이몬다가 2부 결혼식 이후에는 우아하고 요염한 여인이 된다는 점이다. 1막과 2막의 달라진 점을 비교해보면 보는 즐거움은 쏠쏠하다.
'라이몬다'의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도 탁월했다. 기존의 '라이몬다'에서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프티파 스타일의 고전 발레 양식을 유지하고, 볼쇼이 특유의 화려한 테크닉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마임을 줄이고, 춤에 집중하며 그만의 스펙터클한 무대를 선사했다.
무용평론가 심정민은 "이번 공연에서는 고전발레 특징 중에서 왕실이나 귀족들의 행진, 무도회를 잘 나타낸 것 같다"며 "무용수들의 동작 하나하나 유심히 지켜보면 발레를 보는 즐거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과 러시아 무용수들이 참여하는 '라이몬다'는 오는 30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강승훈 기자 tarop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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