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서울에선 눈 감으면 코 베인다던가? 해외에선 눈 감으면 코가 떨어진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돈 없고 인재 없어 현지조사가 미흡한 중소기업일수록 더 그렇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사건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지역 부품업체들이 애플사 글로벌 부품 공급담당 매니저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고 기밀을 빼돌렸다고 한다. 거론된 명단에는 국내 이어폰 전문업체 크레신도 포함돼 있다. 1959년 설립된 크레신은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용 이어폰을 납품해 왔다.

크레신은 "돈을 준 것은 맞지만 적법한 절차에 따라 비즈니스 컨설팅 계약을 맺었을 뿐, 불법은 아니었다"며 "받은 자료도 일반적인 시장동향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현재로선 애플사 간부가 중간에서 배임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단적으로 말하면, 이번 사건은 크레신이 눈 감고 애플사 문을 두드렸다가 담당 간부에게 코 떨어진 셈이다. 업무처리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애플의 거래특성을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소위 '비즈니스 컨설팅'이라 불리는 계약이 그동안 국내 공급업체와 수급업체 간에 관행적으로 존재해왔다. 돈을 주고 특정 정보를 건네받는 식이다. 크레신은 국내 관행이 그대로 해외서도, 애플에서도 적용되리라 봤을 터다.


그러나 애플은 거래처와의 관계에서 지나칠 정도로 투명성을 강조하는 곳이다. 애플이 대-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로 꼽히거나 '애플과 일하면 천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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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을 계획 중인 중소기업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해외에 진출하기 전 중진공의 해외시장조사, 중기청의 수출도우미사업 등을 통해 정보를 충분히 얻어야 한다. 이미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 모임 등도 적극 활용해 볼 만하다. 코 떨어진 뒤 뒤늦게 후회하는 중소기업은 이제 그만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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