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 농산물시장 가보니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배추, 무 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장보기가 겁난다. 솔직히 손님들이 남긴 반찬을 재활용하고 싶은 심정이다"


17일 오후 가락동 농산물시장. 송파구 신천동에서 갈비집을 운영한다는 이모씨는 손님들에게 올릴 밑반찬을 사기 위해 이 곳을 찾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채소 값에 혀를 내둘렀다. 이씨는 "장사를 해야 하니 어쩔수 없이 사다 쓰긴 하는데 (가게)문 닫는 게 낫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기위해 이곳저곳을 돌며 20~30분 정도의 시간을 더 소비한 후 배추, 무 등을 차에 실었다.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심상찮다는 지적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유달리 길었던 3~4월 한파, 급감한 일조량에 영향을 받아 농작물값 오름세는 하반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추석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있는 농산물 시장은 날씨 탓에 출하량이 많이 줄어든 데다 일부 농산물 산지에서 '비싼 값'을 받기 위해 물량 조절에 나서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찾은 가락동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마늘집하장은 대부분 점포가 문을 닫았다. 일부 도매상인들만 영업을 하는 등 한산한 모습이었다. 마늘을 까는 상인들 사이에는 마늘값을 물어보러 온 몇몇 사람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소매 고객에게 팔려고 깐마늘 두 봉지를 진열대에 올려놓은 한 중간도매상 매장 종업원은 "산지에서 올라오는 물량이 적어 값이 한없이 오르고 있다"면서 "상인들 사이에서는 다음 주에도 마늘값이 한 번 더 뛸 거라고들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가락동 시장에서 국산 무 30kg은 값이 2만5000원 정도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2000원) 보다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마늘도 10kg이 지난해(4만원)에 비해 곱절 이상 뛴 1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배추(10kg)도 지난해(4000원)와 비교가 안될 정도인 9000원 선에 팔리고 있다. 주부들이 '차라리 외식을 하는 게 싸게 먹힌다'고 푸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배추값이 뛰니 배추를 사러 온 사람들은 쉽사리 고르지 못했다. 전날 5t 트럭 한 대 최고가가 700만원이었지만 이날에는 759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하품으로 분류된 물량도 500만원대라고 했다.


중간 도매 상인들은 "산지에서 나오는 물량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마늘값이 10배 가까이 뛴 중국 시장의 상황을 보고 국내산 마늘도 '사재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북 의성 등 국내산 마늘 산지가 몰려 있는 농수산물유통공사 대구경북지사 관계자는 "마늘값 폭등을 예견하고 산지 저장업체에서 창고에 물건을 쌓아 놓은 채 내놓지 않아 우리 쪽에서도 손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예전에 300만~400만원이면 1t 트럭에 실어 팔던 산지 물량이 지금은 최대 1500만원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청과물시장 상인들의 표정도 그리 밝지 않았다. 제철 과일인 복숭아 포도는 올해 초 한파에 직격탄을 맞은 탓에 물량이 확 줄었다. 상인들은 "오래 보관하기 어려운 '생물'인 청과물은 물량이 나와봐야 (남을지) 안다"고 말했지만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청과물시장에서 중간도매상을 하고 있는 정석정(46)씨는 "경기 여주군, 충북 음성군 감곡면 등의 복숭아의 경우, 올봄 한파에 한개 면 규모의 복숭아나무가 상해서 다 뽑아버렸다고 하더라"면서 "당장 올해 복숭아값이 오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복숭아나무가 자라는 앞으로 4~5년 동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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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수 농림수산식품부 과수화훼과장은 "저온 피해로 전년 보다 출하 물량이 적어 추석 성수기에는 가격이 지난해보다는 조금 오를 것"이라며 "물량 수급을 맞추기 위해 각 단지 농협들과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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