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배우 최민식이 돌아왔다. 저예산 예술영화 '히말리야, 바람이 머무는 곳'에 출연하긴 했지만, 상업영화로는 2005년 '주먹이 운다' 이후 5년 만에 첫 영화다.


새 영화 '악마를 보았다' 개봉 직후인 13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인터뷰를 가진 최민식은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다"면서 "오랜만에 연기를 다시 시작했으니 움츠린 개구리가 더 멀리 뛰듯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최민식이 이병헌과 함께 출연한 '악마를 보았다'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에게 약혼녀를 살해당한 국정원 경호요원이 처절한 복수를 가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최민식이 살인범 경철 역을, 이병헌이 복수심에 불타는 수현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개봉 전 두 차례나 개봉 불가 등급에 가까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뒤에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12일 정식 개봉했다. 국내영화 중 보기 드문 폭력성과 잔인성으로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가 너무 일을 하고 싶을 때 어떤 친구에게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았습니다. 한번 읽어보라 해서 봤는데 단순하면서도 연출가에 따라 팔색조처럼 변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왔습니다. 그걸 관통하는 요소는 주인공이 폭력에 전염된다는 겁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응징하다가 전염이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최민식이 처음 매력을 느꼈던 것은 경철이 아닌 수현 역이었다. "경철은 액면가 그대로 나쁜 놈이지만 수현은 사건이 전개되면서 점점 냉혈한으로 변화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드라마 '서울의 달', 영화 '쉬리' '넘버3'에서 함께 출연한 한석규를 떠올리기도 했지만 김지운 감독의 선택은 이병헌이었고 그가 수현 역을 꿰찼다.


"영화를 찍으며 저도 정말 궁금했습니다. 편집본을 보면 나중에 다시 볼 때 무뎌질 것 같아 참다가 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강도가 정말 세더군요.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폭력의 끝까지 가보자고 만든 영화이기도 한데 '악마를 보았다'는 도덕적 판단 이전에 우리가 폭력에 얼마나 중독돼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폭력에 전염된 또 다른 악마의 출연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폭력적 장면들이 더 드러나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출연한 저도 영화를 보면서 깜짝 놀라는데 보통 관객들은 더 심하실 것 같긴 하더군요."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 '역겹다'는 반응을 보이는 관객에 대해서도 최민식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 창작물은 결국 각자 선택의 몫이고 소비자의 주장은 다 존중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불쾌하고 역겹다 해도 나는 감독의 의도를 존중하는 편이지만 영화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과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건 건강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쇄살인마 캐릭터에 몰입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터. 최민식은 "촬영 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생면부지의 중년남자가 반말로 대하자 잠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며 "제대로 몰입했다면 아마도 구치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번 빠지면 심하게 빠진다"는 그는 몰입을 피하는 대신 상상 속의 캐릭터를 테크니컬한 방식으로 체화시켜 연기했다.


2006년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와 한미FTA 반대에 앞장서다 본의 아니게 긴 공백의 시기를 가졌던 그는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에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서는 많이 반성했지만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일말의 후회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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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은 인터뷰가 진행된 1시간 동안 털털하고 낙천적인 웃음으로 답했다. 쉰을 눈앞에 둔 중년배우의 여유가 묻어났다. 독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서인지 최민식은 다음에는 "피가 나오지 않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며 껄껄 웃었다. '악마를 보았다'는 괴물 배우 최민식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벌써부터 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영화다.




고경석 기자 kave@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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