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유럽의 재정불량국가 가운데 하나인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면서 유럽발 재정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피치, 스페인 등급 강등..무디스도 초읽기?= 28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이번 결정은 스페인 정부가 부채부담을 낮추기 위한 긴축안을 통과시킨 뒤 나온 것으로,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이 스페인 경제 성장률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스페인 정부도 이 점을 고려, 이날 2012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2.9%에서 2.5%로, 2013년 전망은 당초 3.1%에서 2.7%로 낮췄다.
피치는 "스페인 노동시장의 비유연성과 금융권 구조조정 작업은 스페인 경기회복을 저해할 것"이라며 "스페인 경기회복 속도는 스페인 정부의 전망보다 더 느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스페인의 강력한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가부채는 2013년께 GDP의 78%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이전 스페인의 국가부채는 GDP의 40% 미만이었다.
피치는 다만 스페인의 신용은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스페인 재무부는 "AA+ 등급은 높은 등급이고, 등급강등은 악재지만 피치는 보고서에서 스페인의 긍정적인 면 또한 간과하지 않았다"며 "스페인 정부는 재정건전화와 구조적 개혁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신평사들 가운데에서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달 말 처음으로 스페인의 등급을 하향조정했고, 무디스는 5월 초 스페인의 AAA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피치가 스페인 등급 강등에 동참하면서 다른 신평사들도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이와 캐피탈 마켓츠의 크리스 시클루나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의 침체된 경제와 금융부문, 채권시장 등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는 놀라운 결정이 아니다"며 "스페인 경제는 트리플 A 등급이라고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전망이 안정적인 것이 놀라운 일"이라며 "무디스도 등급 강등을 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유럽 재정위기 타격, 얼마나 될까= 유럽발 재정위기가 가져다 줄 타격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나아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 반해 낙관론자들은 중국 등 이머징마켓의 회복세를 고려했을 때 유럽 위기가 세계 경제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파악하고 있다.
후자의 대표 주자인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중국과 미국의 경기 전망이 유럽 상황보다 더 중요하다"며 "유럽 위기는 세계 경제 회복 속도를 둔화시킬 정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년 간 지금의 두 배인 7조달러 가량 증가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다른 브릭스 국가 즉 브라질, 러시아, 인도의 GDP 증가량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또 2019년까지 중국 GDP는 1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닐은 또 유럽의 상황이 절망적인 것만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유럽을 보면 재정상황이 미국보다 낫다"며 "몇몇 개별 국가들이 어려움에 처해있지만 유럽 전체의 재정상황은 괜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국가들 간, 채권·채무자들 간 서로 물려 있는 상황에 더 주목하고 있다. 민간의 부채가 금융위기를 계기로 공공으로 이전됐고, 이것이 다시 금융권을 매개로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터슨 연구소의 모리스 골드스타인 연구원은 이를 올드 메이드 카드 게임에 비유했다. 그는 "모두들 각자의 부채를 다른 이에게 전가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는 민간에서 공공으로, 국가에서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장 큰 우려는 더 이상 이를 부담할 대상이 없을 때의 일이다"며 "캐나다, 브라질 등 국가들도 부채를 함께 나눠지는 것이 해결책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오닐의 낙관적인 분석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불안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스페인 등급 강등소식이 시장을 강타하면서 이날 미국 다우존스 산업 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1.19%, 1.24%씩 떨어졌다. 지난 이틀 동안 8.4% 올랐던 국제 유가도 전일 대비 0.8% 떨어진 73.9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유로를 팔고 안전자산인 달러를 매입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0096달러 하락한 1.2266달러를 기록했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0.58포인트 상승한 86.76을 나타냈다. 또 유로-엔은 0.91엔 하락한 111.56엔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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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위기로 리스크 회피 심리가 부각되면서 미국 채권은 강세를 보였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장대비 7bp 하락한 3.30%를 기록했다.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이달 들어 36bp 떨어졌는데 이는 2008년 12월 71bp가 떨어진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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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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