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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 박정희 첫 면담, 청탁 대신 근대화 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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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서 찾는다
<11>동양그룹 이양구 회장②

대통령도 '시류 야합않는 배포' 인정.. '지붕개량' 건의 새마을운동 효시
[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박정희 대통령,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오? 이 나라를 멋있게 만들 인물이 되느냐 말이지."

1960년대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유교적 계층의식이 만연해 있어 기업가들을 '장사꾼'이라고 칭하며 평가절하하던 시절이었다. 기업가들이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혹 만나더라도 몇 마디 부탁의 말을 건네는 일로 끝나곤 했다.


서남 이양구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이양구학파의 핵심 멤버였던 이동원 박사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을 때였다. 이동원 박사는 서남을 자신이 형님으로 모시는 분이며 굉장한 애국자라고 박 대통령에게 소개하며 인사 자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서남은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보통 장사꾼이라면 최고 권력자였던 박정희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자기 사업을 이야기하면서 부탁을 했을 텐데 서남은 달랐다. 박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서남은 조국 근대화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남북통일의 필요성과 전제조건에 대해 한시간 동안 열변을 토해냈다. 구구절절 맞는 이야기였지만 만인지상의 권력자였던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 기업가가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서남 스스로 '말조심 한다고 했는데, 할 말 못 할 말 다했다'고 할 정도였으니 당시 상황이 쉽게 짐작된다.

어울려 토론하기를 좋아했던 서남은 특히 국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정치가 국가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는 설교를 들은 박 대통령은 서남이 떠난 뒤 이동원 비서실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양구 그 사람, 장사꾼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야. 내가 기업하는 사람 숱하게 만났지만, 부탁하지 않는 사람은 오늘 처음 봤네."

이후 몇 차례 더 독대할 일이 있었지만 서남은 특유의 열변으로 평소 소신을 피력했고 박 대통령은 메모하면서 경청했단다.

1967년 8월의 일이다. 고속도로 건설의 문제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서남을 불렀다.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시멘트가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당시 양회공업협회 회장이었던 서남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 고속도로 문제가 일단락될 즈음, 서남은 불쑥 '지붕개량' 문제를 꺼냈다.

당시 우리나라 산이 민둥산인 것은 벌목 때문이었고 서민들이 벌목을 하는 이유는 땔감이 없어서였다. 그래서 짚으로 지붕을 했는데 지붕을 개량해 짚을 땔감으로 쓰면 벌목이 줄어들고 산은 다시 푸르게 변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이는 훗날 새마을운동의 단초가 됐다.

서남은 당대의 실력자들을 만나도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다. 큰 비전을 갖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업을 일구려면 당장의 이익을 위해 '시류와 야합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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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욱 기자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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