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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신뢰의 '인재경영' 초일류 삼성 일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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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DNA서 찾는다
<1>삼성그룹 호암 이병철③


[아시아경제 김정민 기자]"내 일생의 80%는 인재를 모으고 교육시키는 데 썼다"
오늘날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사람이 기업'이라는 신념아래 인재를 구하고 이를 육성하는 일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호암 이병철 회장의 '인재경영'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1957년 국내 최초로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했으며 체계적인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사원연수원을 설립한 것도 이 회장이 처음이다.

1982년 준공된 삼성종합연수원 로비에는 이 회장이 직접 노구를 이끌고 쓴 친필 현판이 걸려있다.
"국가와 기업의 장래가 모두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명백한 진리다. 이 진리를 꾸준히 실천해온 삼성이 강력한 조직으로 인재양성에 계속 주력하는 한 삼성은 영원할 것이며 여기서 배출된 삼성인은 이나라 국민의 선도자가 되어 만방의 인륙 행복을 위하여 반드시 크게 공헌할 것이다"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데 일생을 투자한 이 회장의 '인재 제일주의'는 작게는 삼성의 성장을 뒷받침했으며 크게는 우리 경제가 현대화된 경영시스템 아래 한 계단 도약하는데 일조함으로서 그를 일개 기업가에서 우리 사회를 이끈 거목으로 기억케 하고 있다.

◆'기업은 사람이다'="기업가는 인재양성에 온 정선을 쏟아야 한다. 인재양성에 대한 기업가의 기대와 정성이 사원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에 전달돼 있는 한 그 기업은 무한한 번영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삼성은 1957년 우리나라에서 사상 처음으로 공개채용제도를 도입한 기업이다. 이 회장은 신입사원 면접때마다 만사를 제쳐놓고 직접 자리를 지킬 정도로 쉽게 사람을 뽑지도 않았지만 그들을 인재로 키워내는데도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이 회장은 사람을 채용할 때 필기점수가 50점을 넘지 않게 했다. 아무리 우수한 두뇌라도 사람됨이 앞서야 한다고 소신을 평생 지켰다. '인성(人性)이 지력(知力)을 앞선다'는 그의 인재관은 지금까지 이어져 삼성의 임원진에는 명문대 출신 못지 않게 지방대나 수도권의 중하위권 대학 출신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물산 첫 공채로 입사한 27명의 신입사원들은 제일모직에서 한달, 제일제당에서 3개월간의 경영실습을 거쳐야 비로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 회장이 공채직원들로 하여금 직접 설탕부대를 나르고 창고를 정리하는 일을 해보며 일선 작업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겪도록 한 것은 이들 엘리트 사원들이 현장의 고충을 알아야만 삼성의 미래를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평범하게만 보이는 직원들도 회사의 관리와 교육을 통해 인재로 키워낼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믿음이었다.

이 회장은 60년대 전자사업에 진출할 당시에도 기존업체의 인력을 스카우트하기보다는 해외기술연수생을 공채하고 그룹내 중견사원을 뽑아 일본의 전자메이커에서 기술연수를 시켰다.

손쉽게 사람을 빼돌려 당장의 눈앞의 이득을 구하기보다는 긴 안목으로 사람을 키우는 일이 회사의 미래를 담보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 배출하는 것 역시 기업의 책무라 믿은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삼성을 떠나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떠나는 사람을 굳이 잡지 않는다. 재능 있는 인재를 키워 회사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하나의 기업사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호암어록)

◆"맡긴 자 의심치 말라" =의심을 하면서 사람을 부리면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가 없다. 그리고 고용된 사람도 결코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채용했으면 대담하게 일을 맡겨라. 이 같은 사람 쓰는 원칙은 그후 일관해 내 경영철학의 굵은 기둥의 하나가 됐다" (호암자전중)

이 회장의 이 같은 경영철학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이 회장 자신이다. 6.25 전란의 소용돌이속에 서울에서 일군 사업체들을 모두 잃은 이 회장은 트럭 5대를 구해 가족과 직원들을 싣고 피난을 떠났다.

사흘간의 고된 피난길에 도착한 대구에서 그가 설립한 조선양조를 지키고 있던 임직원들은 그동안 모아놓은 3억원의 거금을 내밀었고 이 돈을 밑천으로 이회장은 부산에서 재기에 성공한다.

이 회장은 훗날 "공산군의 남침으로 전화가 눈 앞으로 다가온 대구의 비상전시 아래서 경영에 말할 수 없는 장애와 고생이 뒤따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양조장을 굳건히 지켜줬을 뿐만 아니라 3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비축해 두었던 것이다. 전란으로 인심이 황폐해진 시기에 이렇게 정직하고 믿음직한 사람들이 세상에 또 있을까 감동에 가슴이 메었다"고 회고했다.

이같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 이 회장의 신뢰의 경영은 '결제하지 않는 회장'이라 불릴 정도로 회사의 경영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사장에게 완전히 위임해온 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회장은 경영을 맡긴 이가 1~2년간 적자를 본다 해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이겨내고 회사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인재라 믿은 사람에 대해서는 끝없는 신뢰를 보여줬다.

반면 부정을 저지른 직원들에 대해서는 단호히 조치했다. 조직 구성원을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행동방식이 달라지고 기업의 명운을 가른다고 믿은 때문이다.

"어느 조직이건 구성원의 10%는 어떤 경우에도 부정을 하지 않을 사람이고 10%는 기회만 있으면 일을 저지르는 위험인물이다. 나머지 80%는 지도하기 따라 선한 사람도 되고 악한 사람도 된다. 그래서 그들을 지도하는 책임자의 자리가 중요한 것이다" (1971. 1.25 사장단회의에서)

◆인재 제일의 뿌리 '인간본위'
삼성의 성장을 일군 '인재경영'의 뿌리는 '인간본위'에서 시작된다. 젊은 시절, 어린 여공들의 피폐한 삶을 다룬 '여공애사'를 읽고 자신의 사업장에서는 결코 그런 비참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이 회장은 최고의 인재를 구하는데 돈과 정성을 아끼지 않았던 만큼이나 현장에서 생산에 종사하는 종업원들의 복지와 교육에서 관심을 기울였다.

제일모직 설립 당시 이 회장은 최신식의 생산시설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조성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공장 가동과 함께 일하게 될 1000여명이 넘는 여종업원들이 보다 나은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공장 곳곳에 나무를 심고 쉼터를 만들었다.

숙식을 함께할 기숙사에는 국내 최초로 스팀난방을 도입하고 목욕실과 다리미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돕기 위해 향나무로 복도를 깔았다. 종업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의 개념조차 일천했던 50년대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파격적인 조치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공장을 지을때는 항상 공원 같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조경에 힘쓸 것을 누누이 강조해 삼성이 지은 공장은 어디나 수십년 묶은 아름드리 나무들과 연못, 잔디광장과 쉼터들이 자리잡게 됐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자연과 첨단이 함께 어우러진 친환경, 감성의 디지털 시티로 만들겠다는 삼성전자의 '꿈의 직장' 프로젝트는 이미 50여년전에 씨앗이 뿌려져 있던 셈이다.

아울러 이 같은 '인간본위'의 경영이념은 산업구조의 변화와 사회 민주화가 맞물려 많은 기업들이 노조와의 힘겨운 싸움으로 어려움을 겪던 80년대를 무사히 건널 수 있던 토대가 됐다.

이 회장은 그의 자서전인 호암자전에서 "숙소나 공장 조경에 그토록 마음을 쓴 것은 여종업원을 포함한 전 직원이 가족적으로 대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쾌적한 환경 속에서 일하면 작업능률도 반드시 향상되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라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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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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