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싫어요. 연하가 좋아요."


이미숙에게 또래의 남자가 좋은지, 연하의 남자가 좋은지 물었다. 이미숙은 뜸 들이는 일이 없었다. 질문이 마침표를 찍기 전에 답변이 속사포처럼 터져 나왔다. 급한 성격 때문에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다는 예전 인터뷰가 떠오를 만큼 이미숙의 입에서 문장이 완성되는 속도는 무척 빨랐다.

영화 '여배우들' 개봉을 앞두고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이미숙은 30년의 연기 경력만큼이나 선이 굵고 배포가 큰 배우라는 인상을 줬다. 160cm가 약간 넘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비해 내면은 꽤 단단해 보였고, 말이 쏟아지는 속도에 비해 유머와 위트는 예리하고 유연했다. 첫 대화 주제는 그저 단순한 이유로 '경제'였다.


"요즘 재테크는 어떻게 해야되는 거죠? 저는 재테크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번 만큼 쓰자는 주의거든요. 100원 벌면 80원을 쓰죠. 제겐 모아 놓는 게 재산이 아니라 쓰는 게 재산이에요."

대화의 중심은 재빨리 영화 '여배우들'로 옮겨왔다. 영화 '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이후 6년 만에 이재용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앞서 인터뷰에서 '여배우들'에 함께 출연한 윤여정은 "이재용 감독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이 이미숙"이라고 귀띔했으나 이미숙은 이에 대해 "자기를 웃겨주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좋아하는 것"이라며 웃어넘겼다. 그는 이재용 감독을 "여자를 가장 예쁘게 그릴 줄 아는 감독"이라고 칭찬했다.


"대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때 그때 주제에 따라 적나라하게 말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다들 손색없는 배우들인데 자기를 버리고 융화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8~9일간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더니 가편집본만 40시간이 나왔죠. 그걸 추려내는 이재용 감독의 능력이 대단해요. 특히 이혼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신파 같다고 느껴서 실제로는 안 쓰겠지 했는데 시사회 가 보니 떡하니 나오더라고요."




'여배우들'에는 이혼 경력이 있는 세 배우가 등장한다. 화보촬영이 중단된 틈을 타 샴페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세 배우는 묘하게도 나란히 한 줄을 형성한다. 윤여정·이미숙·고현정.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웃음과 눈물을 주는 '입담 삼총사'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개인적인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서 뒷이야기를 풀지 못했어요. 관객들이 제 눈물을 보면서 감정이 올라온다면 그건 '저 사람도 저런 감정 속에서 괴로워하는 게 있구나' 하는 것이겠죠. 어떤 공식석상에서도 제 개인사를 이야기하거나 이혼을 언급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우울하거나 속상한 적이 있다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죠."


기왕 이혼에 관한 말을 꺼낸 김에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재혼 계획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사랑은 늘 하지만 지금 만나는 사람은 없다"며 "법적으로 말하면 재혼이겠지만 그냥 남자친구로 만나면서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기존의 결혼 풍습과 다른 색깔을 내며 살고 싶다는 이야기다.


"평범한 사랑은 하고 싶지 않아요. 다시 평범하게 가정에 안주하면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선택한 사람도 평범하지 않겠죠. 저보다 젊은 사람과 만나고 싶어요. 제 또래 남자는 건강을 챙겨줘야 하잖아요.(웃음) 제가 갖고 있는 사랑과 마주대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 희생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나고 싶어요."


이미숙은 '주저'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대신 '호탕'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배우다. 그는 60세에도 로맨스 영화를 찍을 것이라며 '내 나이가 몇인데 사랑을…' 하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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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가 누구인지 물었다. 무너질 듯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주관대로 이어가는 게 기특하다는 배우의 이름을 댔다. 그이름은 바로 '이.미.숙.'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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