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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블랙박스]인공섬과 100억, 그리고 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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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화려한 인공섬과 마천루, 7성급 호텔. 황량한 사막에 세워진 두바이의 최신, 최고급 건축물은 결국 모래성이었던 것일까요. 21세기 글로벌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보이던 두바이의 최대 국영 개발회사 두바이월드가 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면서 세계 경제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마치 두바이월드가 자회사 나킬(Nakeel)을 통해 건설중인 인공섬 '팜 아일랜드'가 가라앉을 듯한 분위기입니다.

혹시 지난해 전 세계를 패닉 상태에 빠뜨린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충격이 다시 한번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투자자들을 휘감고 있습니다. '더블딥'의 신호탄이란 얘기마저 흘러나왔습니다. 1년전부터 과도하게 푼 유동성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출구전략' 얘기는 바로 꼬리를 감췄습니다.
정부가 앞장서 두바이월드 모라토리엄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지만 투자자들은 마음은 자꾸 비관론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지난해 리먼 위기때도 우리 금융기관은 물린 게 별로 없다며 안심하다 큰 코 다친 기억이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익스포저(위험노출도)는 크지 않다고 합니다. 삼성물산이 '팜 제벨알리 교량공사'를 나킬로부터 수주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나마 미수금은 10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중동 건설경기가 꺾일 경우, 추가피해는 급격히 늘 수 있겠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이 정도라고 합니다.

예상 피해액이 불과 1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지만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대형 사태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삼성물산은 이틀간 무려 1조1169억원의 시가총액이 날아갔습니다.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 직전인 25일 5만600원에 마감됐던 삼성물산은 이틀간의 급락으로 27일 4만4450원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7조9000억원이 넘던 시총이 6조7877억원으로 준 것입니다.
이같은 급락에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을 싸게 살 좋은 기회란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두바이에 대한 익스포저가 거의 없고 두바이에서 새로운 수주 기대감도 없을 것(메릴린치)이기 때문에 저가 매수의 기회란 주장입니다.

NH투자증권은 삼성물산이 2009년부터 두바이 수주를 취소하면서 두바이 관련 매출 비중을 축소해 왔고, 실제 두바이 관련 손실 우려는 크지 않다며 공사진행 지연에 따른 손실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관련 미수금이 100억원에 불과하다며 목표주가 6만7000원을 유지했습니다.

KB투자증권은 "중동 시장 발주자들의 발주 심리가 악화되면 국내 플랜트 업체들간 경쟁은 치열해지겠으나 삼성물산은 유틸리티형 사업을 주력으로 해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목표가 6만1000원을 유지하며 지금은 내년을 대비하기에 좋은 주가라고 평가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사태가 심리적인 면에서 단기 악재는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중동건설시장을 흔들어 놓을 요인은 아니라며 삼성물산을 매수할 기회라고 주장했습니다.

UBS는 아예 목표주가를 올렸습니다. 영업가치보다 자산가치가 더 크다며 6만4000원에서 7만원으로 목표가를 상향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국내외 증권사 리포트만 보면 이번 두바이 사태는 삼성물산을 싸게 살 좋은 기회를 제공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외국인과 국내 기관은 어떤 매매행태를 보였을까요.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나온 직후인 26일 외국인은 삼성물산을 약 78만주 순매수했습니다. 반면 국내 기관은 83만주 이상을 순매도했습니다. 당시 거래량은 직전일인 25일보다 10배 이상 많은 400만주 이상이었습니다.

27일엔 외국인이 8만여주, 기관이 27만여주를 나란히 순매도했습니다. 막상 주식을 사는 투자자 입장에선 큰 손들도 투매의 공포를 이기기 힘들었나 봅니다.

두바이발 충격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새로운 위기의 시작일지 지금 상황에서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지난 주말 두바이에 많이 물렸다는 유럽증시가 지난 주말 상승마감했습니다.

기관의 매도공세 속에서도 증권사 리포트를 믿고 삼성물산을 매수한 개인들에게 주식의 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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