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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나의 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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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나이키 하면 운동화를 연상합니다. 반대로 운동화 하면 나이키를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아디다스나 리복이 있지만 나이키는 이제 운동화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많고 많은 신발브랜드가 있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든 나이키의 위세를 꺾기는 쉽지 않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나 품질에서 세계최고를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나이키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올까? 평소 존경하던 박철원 에스텍시스템 회장님께서 이에 대한 해답을 주셨습니다. (저에게 박회장님은 인생의 대선배이자 늘 부족한 것을 메워주는 스승이나 다름없는 분입니다. 머릿속에 에너지가 고갈될 즈음이면 항상 주옥같은 지식을 공급해 주기 때문입니다.)

잘 나가던 나이키에게도 위기는 있었습니다. 90년대 후반이 그런 시기였습니다.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고 성장률이 뚝 떨어지자 비상경영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나이키가 택한 전략을 보면 정말 흥미롭습니다. 판매부진, 성장률 둔화의 이유를 따지다보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그 원인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엉뚱한 곳에 나이키의 진짜 경쟁자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 경쟁자는 바로 닌텐도였습니다. 신발업체와 게임기업체-알고보니 진정한 경쟁상대였습니다. 얼른 이해가 가지 않지요. 그런데 한참 뛰어놀며 신발을 소비해 줘야할 젊은이들이 실내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신발을 자주 신지 않으니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이키가 택한 전략은 이렇습니다. “게임기는 이제 그만 던져버리고 밖에 나가 꿈을 이뤄라!” 발등의 불을 끄는 임기웅변식의 판매전략이 아니라 기본을 생각하는 처방을 한 것입니다. 바로 눈앞에 있는 경쟁상대보다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는데 에너지를 모아 대처하다보니 위기는 극복됐습니다.

나이키의 처방 못지않게 재미있는 것은 닌텐도의 대응이었습니다. 정면도전이나 다름없는 이같은 상황에서도 경쟁상대를 나이키로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닌텐도가 잡은 경쟁상대는 고객의 무관심이었습니다. 고객의 관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하면 나이키 정도는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나온 제품이 닌텐도DS, 닌텐도 위(Wii)였습니다. 이들 게임은 불황의 역풍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진정한 경쟁상대를 알고 대처한다는 게 이렇게 중요합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목표를 고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엄습한 위기가 회복되는 듯합니다. 지표로 본 경기는 분명 좋은 조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복병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찜찜한 대목이 산재해 있습니다.

계속 치솟는 국제유가와 금값, 각종 원자재 시세가 그렇고 불안한 달러시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약세가 미국의 자산거품붕괴를 초래하고 이것이 국제경제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로저스 홀딩스의 짐로저스 같은 사람은 “극단적인 얘기 같지만 항상 문제는 그런 식으로 일어난다”며 조만간 외환위기가 다시 닥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들의 경우 너무 많은 부채를 지고 있어 결국 이를 되갚기 위해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결국 이같은 상황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와 원자재 가격 급등을 초래하고 외환시장의 대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은 무엇일까요? 나의 경쟁자가 어디 있는지, 우리 회사의 경쟁상대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설정해 대응하면 답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차원에서 아시아경제신문이 칭기즈칸 특별기획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가 남긴 명언들 중에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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