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용어 남발로 무용지물" 투자자 불평
-형식 깨뜨린 CIO의 편지·동영상은 호평


#1. 직장인 임명규(28, 강원도 속초시)씨는 A증권사의 삼성그룹주펀드를 1년3개월째 적립식으로 불입하고 있다. 그는 본인의 펀드가 삼성그룹에 투자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보유했는지 누가 운용하는지 전혀 모른다. 임씨는 "운용보고서에 나오는 용어 등이 어려워서 자세히 봐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며 "펀드를 책임지고 있는 매니저가 펀드나 수익률에 관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직장 은퇴 이후 재테크에 눈을 돌려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정인성(가명 59 서울시 마포구)씨는 운용보고서를 분기마다 받아보고 있지만 수익률만 확인한 후 한쪽으로 치워놓는다. 가입 초기 운용보고서를 처음 받았을 때 호기심에 들여다봤지만 발행 수익증권 총수, 과표기준가격 등 알지 못하는 단어들이 줄줄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분석하기를 포기했다. 시장 전망을 봐도 장미빛 전망으로 채워져 신뢰가 쉽사리 가지 않는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펀드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자산운용보고서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투자자보다는 운용자 중심으로 보고서가 작성되면서 투자자들이 멀리하는 정보가 돼버린 것. 운용사당 운영하는 펀드가 많고 고정 양식이 정해져 있다 보니 사실상 형식적으로 운용보고서가 작성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털어놨다.

자산운용보고서가 '불필요한 종이'로 전락한 이유는 전문적 용어의 남발에서 비롯된다. '이 투자신탁은 투자회사 재산의 60% 이상을 상장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 장기적인 자본증식을 추구한다.' 이는 A자산운용사가 운용하고 있는 한 주식형펀드의 자산운용보고서의 일부 내용이다. 쉽게 풀자면 이 펀드는 펀드내 자산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해 장기적 수익을 추구한다는 뜻이지만 일반투자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용어로 구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산운용사당 '펀드수'가 많을수록 질좋은 운용보고서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보고서 작성에 투자할 시간과 예산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고정적인 틀이 주어지기 때문에 내용도 딱딱하고 개성적인 보고서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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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시선을 끈 보고서도 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의 자산운용보고서는 CIO인 이채원 부사장과 자산운용본부장의 편지를 앞에 배치해 고객들에게 꼭 알려줘야 할 내용들을 실었다. 이 편지에는 운용철학에 대한 설명부터 변동사항, 시장 전망까지 투자자들을 위한 내용을 친히 담아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자산운용보고서는 사실 고객과 만나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장기투자를 위해서는 투자철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보다 이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운용보고서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투신운용도 일반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담은 권장서를 만들어 펀드매니저들에게 배포 '쉬운 보고서'만들이게 주력하고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자산운용보고서에 감독, 관리에 필요한 종목을 제외하고 투자자가 알아야할 실질 정보들이 담길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펀드 구성방식, 환헷지비율 등이 제시되고 계열사와의 거래 등은 삭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에 포커스를 맞춰서 알맹이가 빠진 보고서가 작성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투자자 중심으로 운용보고서가 작성 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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