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29일 취임 1년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황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당시 투자한 파생상품 손실에 따른 책임으로 금융감독당국으로 부터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고 자진 사임의사를 밝혔었다.
이날 KB금융지주 출범 1주년 기념식 직후 열린 이임식에서 황 회장은 "명예회복을 위해 소명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의 이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KB금융그룹 가족 여러분!
KB금융그룹을 세계에 우뚝 솟는 금융그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저는 작년 오늘 이 자리에서 회장으로 취임했었습니다.
지난 1년간 여러분들과 함께 하면서 금융그룹의 경영관리체계를 확립하고, 계열사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등 KB금융그룹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기반 구축에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취임 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하고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부득이 그룹차원의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하여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다 보니 괄목할 외형성장을 해내지 못한 것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금융위기가 점차 진정되어감에 따라 적극적인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 전에 몸 담았던 우리은행에서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인한 금융위원회 징계를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해 KB금융그룹 임직원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어 심히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도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로서 본인의 문제로 조직의 성장ㆍ발전이 조금이라도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저의 오래된 소신에 따라 이미 밝혀드린 것처럼, 저는 오늘 인사를 끝으로 여러분 곁을 떠나고자 합니다.
KB금융그룹 임직원 여러분께는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되어 거듭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여러분들과 함께 하면서 KB금융그룹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그 동안의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저로서는 매우 보람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KB금융그룹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저의 믿음은 확고합니다.
존경하는 KB금융그룹 임직원 여러분, 제가 오늘 이 자리를 떠나는 마당에 35년에 가까운 세월을 기업인이자 금융인으로 살아왔던 저로서는 적잖은 소회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 동안 저를 키워주고 성원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금융시장에서 활동해 오신 많은 금융인들께도 힘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한 이래로 저 자신을 이끌어 준 가장 큰 힘은 가족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가르침, 그리고 가족의 사랑과 격려가 없었다면 어떻게 제가 오늘까지 올 수 있었겠습니까.
또한 제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기준으로 삼았던 좌우명은 저의 고등학교 교훈인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 지키자' 였습니다.
표현이 다소 투박하기는 합니다만, 이 풍진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나가는 훌륭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사회에 진출한 이후로는 제가 가장 오래 근무했던 직장인 삼성그룹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일등정신, 역경에 대한 도전정신, 조직에 대한 투철한 충성심, 깨끗하고 공평한 조직문화 등,우리나라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한 핵심역량들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저 스스로를 갈고 닦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가 비록 2004년에 삼성을 떠나 왔습니다만, 삼성에 대한 고마움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편, 우리은행에 대한 저의 소감은 2007년 3월,우리은행을 떠나면서 밝힌 것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제가 재직할 당시 실무진들이 일을 잘해보겠다는 의욕으로 전결 규정과 리스크 관리 절차에 따라 집행했던 해외유가증권투자가 대규모 평가손을 유발하면서 우리은행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또한 제가 금융위 징계를 받는 사태까지 이르렀지만,저는 이 일로 인해 우리은행의 발전이 둔화되거나 직원들이 위축되는 일은 결코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더 나아가서 이번 금융위의 조치가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을 후퇴시키고 금융인들의 도전과 창의성을 위축시키는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를 비롯한 우리은행 관련 임직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우리 금융시장의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고자 하는 뜻에서 저 나름대로 소명의 노력을 계속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KB금융그룹 임직원 여러분,
떠나는 자는 말이 없어야 하고 떠난 자리는 아름다워야 하는 법인데, 제가 중언부언 소회를 늘어놓게 되어 죄송스럽습니다.
제가 우리은행을 떠나면서'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사자성어를 남겼습니다만, 앞으로 당분간은'작주(作主)'할 '처(處)'가 없으니 오늘은 북송의 유학자 정호(程顥)가 남긴 싯귀에서 제가 좋아하는 '정관자득(靜觀自得)', 즉,'차분한 마음으로 사물을 볼 때 세상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는 말을 남기고 떠나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은 저에게 그 동안 많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사랑과 격려를 마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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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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