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회복신호와 함께 자신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헐값에 재매입(바이백)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신용경색이 풀려 자금 조달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수백 만 달러에 달하는 이자 부담과 부채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택건설업체인 '비저홈즈'와 화학업체 '헥시온 스페셜티 케미컬스', 카지노 체인 '해라스 엔터테이먼트', 의료 서비스 업체인 '테닛헬스케어' 등은 최근 자사의 회사채 바이백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자사의 회사채를 액면가나 액면가 이하 가격에 되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기업 경영진들은 신용 위기의 최악의 시기가 끝나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자금을 비축하는 대신에 회사채를 사는데 현금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 전망에 대해 더 낙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반대로 이는 기업들과 사모펀드들이 새로운 현실에 어떻게 맞서고 있는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 따르면 오는 2014년 만기가 돌아오는 투자부적격 신용등급을 보유한 회사채 규모만 1조4000억달러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회사채 상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기업들은 상환기간을 연장해 매입하거나 가격을 낮춰 상환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뉴욕 소재 투자은행 노스 시 파트너의 주디스 피시로 민터 펀드매니저는 "현재 기업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어떻게 하면 부채를 줄일 수 있을까"라고 말할 정도다.


사모펀드 아폴로 매니지먼트 산하의 헥시온은 지난 1분기 액면가 1억9600만달러 어치의 사채를 2600만달러에 되사들였다. 이어 4~8월까지 4개월간 헥시온은 3700만달러를 더 들여 액면가 9200만달러 어치의 회사채를 추가로 재매입했다. 바이백을 통해 헥시온이 거둔 장부상 이익은 1억8200만달러에 달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35억달러의 부채가 남아 있다.


테닛과 비저, 해라 역시 헥시온과 같은 방법을 통해 이익을 챙겼다. 테닛은 지난 7월에 6800만달러어치의 회사채를 6000만달러에 장내에서 되사들여 800만달러의 장부상 이익을 거뒀고, 비저홈즈는 지난 2분기에 1억1550만달러어치 채권을 바이백하기 위해 58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부채 1달러당 상환액은 50센트 정도. 이는 비저 전체 채무의 8%를 차지한다. 해라 역시 7억8800만달러 어치의 자사의 회사채를 헐값에 사들였다.


원래 기업들이 회사채를 되사들일 때는 공시를 통해 공개매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최근에는 이를 공개할 경우 회사채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해 공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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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가 오를 경우 기업들은 회사채를 재매입하는데 부담이 적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회사채들이 실제가치 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바이백의 장점을 노리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회사채를 되사들이는 것이, 반드시 회사채를 헐값에 재매입해 장부상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조만간 돌아올 회사채 만기를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금융시장이 다시 악화하기 전에 되도록 조금이라도 부채를 갚아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일부 기업의 바이백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아 근원적인 채무조정 계획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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