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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파생상품 규제와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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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날로 돌아가보자. 행사가격 65인 콜옵션(지수가 상승하면 이익을 보게 되는 옵션)을 평가금액으로 4500만원 어치 산 사람과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62.5인 풋옵션(지수가 떨어지면 이익이 발생하는 옵션) 개당 1만원씩 500개를 산 사람의 다음날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다음날 종합주가지수는 64포인트나 폭락을 했고, 콜옵션을 산 투자자의 평가액은 120만원으로 줄었고, 풋옵션을 매수한 투자자는 하루만에 500배나 오른 2억5000만원의 평가액을 기록했다. 위 아래 방향성에 베팅하는 선물-옵션 등의 거래에서 얼마나 큰 손실과 이익이 발생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파생상품의 높은 레버리지 효과에 따른 투자 위험성만을 부각시켰지만, 달리보면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높여주는 순기능의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현물주식을 자산으로 2차적으로 만든 파생상품은 현-선물 헤지 거래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시켜주는 장점이 있다. 현물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반대로 지수선물 매도를 통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성 상품인 셈이다. 또 장래 주가를 예측해주는 지표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파생상품은 최적의 투자수단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요즘 주가연계증권(ELS) 등 일부 파생상품에 대해 말들이 많다. 운용 증권사가 고의로 종가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선데 이어 이번에는 한 외국계 증권사가 ELS를 운용하면서 주가 조작을 사실상 인정하고 불법으로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ELS는 특정일자의 종가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기 때문에 운용증권사가 시세를 조작할 여지가 크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었다. 요 며칠전에는 증권사의 대량매도로 조기상환이 무산된 투자자들이 모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FX마진거래(Foreign eXchange margin trading)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외국의 통화(외환)를 개인이 직접 접근해 거래하는 것으로, 금융회사에 맡긴 마진(증거금)의 최고 50배까지 인터넷(HTS)을 통해 외화를 사고 팔 수 있는 장외 소매외환거래를 말한다. 증거금률이 2%에 불과해 레버리지를 최대 50배 걸 수 있다. 단기 매매로 고수익이 가능한 만큼 중독성이 강하기에 방향을 맞췄을 경우에 오는 희열과 큰 수익을 맛본 투자자들은 거의 발을 빼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파생상품 시장의 불공정거래도 큰 폭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가워런트증권(ELW)시장 활성화로 이와 관련된 파생상품시장의 시세조종 혐의 건수가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불미스런 일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물론 관계당국이 서둘러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규제 시스템 정비 등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같은 피해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일각에서는 리스크만을 이유로 뒤쫓아 규제에 급급하기 보다는 상품의 특성에 맞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들도 수익에만 연연해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설익은 상품을 내놓기 보다는 상품의 기본구조, 조기상환기준, 원금손실 발생기준 등을 명확히 하는 등 고품질의 상품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자본시장의 도약을 위해서는 파생상품 시장은 적극적으로 육성돼야 한다.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은 신뢰가 근간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시장으로서 더이상 의미가 없다.

송광섭 증권부장 songbir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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