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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칼럼] '광화문공원'이라면 모르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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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새 빛이 들었다. 지난 1일 광화문광장 준공행사서 무대 뒤편 '빛의 문'이 열리면서 광화문광장에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대형 태극기가 하늘로 떠올랐다. '새빛들이'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환호를 하며 시민의 품으로 돌아 온 광장의 부활을 축하했다.

경복궁, 광화문. 청계광장에 이르는 세종로 중앙의 광화문광장에는 북한산에서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국가상징축이자 경복궁의 생명축이 담긴 육조거리와 월대가 재현되고 역사물길로 명명된 실개천도 흐른다. 기존의 이순신동상 주변에는 그의 승전을 상징하는 분수와 해치마당이 만들어졌고 오는 10월 한글날에는 세종대왕상도 들어서게 된다.
세종로는 조선시대 600여 년간 정치ㆍ사회ㆍ문화 중심지로 나라의 중추적 공간이었으며 국민들에게 위엄과 권위의 상징이자 대화와 교류의 장소였다. 일제에 의해 훼손되긴 하였지만 이곳은 또 애국지사들이 모여 봉기를 논의하고 근래에 와선 민주화 쟁취를 위해 시민들이 뛰쳐나오고 태극기가 나부키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2002년 월드컵 때 수십만의 인파가 모여 거리응원을 전개하며 목이 터지도록 승리를 갈구했던 축제의 광장이기도 했다. 이 소중한 곳에 마련된 광화문광장은 역사성으로 보나 민주화 과정에서의 기여도를 보나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광화문광장은 그래서 국민 누구나가 함께 할 수 있는 광장이어야 한다. 모두 모여 축제도 벌리고 굿판도 펼치며 대화하고 토론하고 소통하는 광의의 공간이 돼야 한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에서는 불과 개장 이틀 만에 10명이 경찰에 의해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야 4당 관계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인 그들은 '광화문광장 관련 조례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다 잡혀갔다. 이들은 릲일반 시민이 광화문광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 등 두 곳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릳며 릲광화문광장에선 사실상 집회와 시위가 금지되는 등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릳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갈등은 서울시가 조례를 만들 때부터 예견돼 있었다. 광장 사용목적을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이라고 명시하고 사용일이 중복될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를 우선 허가하며 행사를 허가한 후에도 시민 안전 확보와 질서유지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에는 허가를 변경할 수 있게 돼 있다.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광장을 권력이 선점하고 '건전'하지 못한 행사는 언제라도 취소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스스로 광장을 닫는 꼴이 됐다.
광장은 다양한 곳에서 흘러들어온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공동체 의식이 치러지는 공간이다. 지역 주민들이 모여 상거래를 하는 장터이기도 하고 군중이 목소리를 내는 집회의 장소이자 문화와 예술을 만들어내고 키워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의 '문화 2000년'프로젝트 하나로 5개국 연구원들이 함께 발간한 '광장'을 보면 '광장이란 대중에 의해 정의되는 유일한 물리적 공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릲유럽의 정체성은 극히 복잡하지만 그곳은 통행, 회합, 교환, 상호 인식, 권력의 과시, 반란의 장소이다. 그곳에서 공개처형이 이루어졌고 문화와 종교의 고상한 사건들도 일어났다릳고 쓰고 있다.

그들은 또 새로이 광장을 설계할 때는 '광장공포증'도 고려해야 하며 시민이 자발적이고 즉흥적인 참여가 가능한 공간, 창의적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 다른 곳으로 연결되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광장을 '무정형의 장소'라고 한다.

광화문광장 역시 시민들이 모여 자유로이 발표하고 토론하고 즐기며 열정을 쏟아내는 공간 이 되야 한다. 설치된 조형물만을 감상하는 박제화한 공간이 돼선 안 된다. 물론 일부 집단의 이익을 위한 장소가 돼서도 안 되지만 어느 세력에 의해 지배돼 다양성이 봉쇄된다면 '광화문공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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