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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규제 ‘전봇대’ 5년만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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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용 원동기·발전기 관세적용 관련기관 제각각
‘64억 추징’ 법정분쟁끝에 ‘별도 품목’인정 업체 승소


발전소에 사용되는 발전기와 원동기는 하나의 세트일까, 별개 품목일까?

간단한 질문으로 보이지만 별개 품목이라는 답을 얻기까지 무려 5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관세청, 감사원, 조세심판원 등 관련 기관들의 해석이 제각각이면서 일치를 못해 법정에서야 결정을 봐야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기업 발목을 잡는 뽑아버려야 할 '행정 전봇대' 중 하나였던 것이다.

홍콩계 다국적업체 메이야율촌전력은 전남 순천시 율촌 제1지방산업단지내에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지난 2003년 10월 1일부터 2004년 10월 8일까지 원동기인 가스터빈과 증기터빈, 발전기를 각각의 제품으로 나눠 여수세관에 수입신고했다. 수입관세를 산정할 때 발전기는 0%, 원동기는 5%의 세율을 적용하는데, 여수세관은 발전기와 원동기를 별개의 품목으로 보고 메이야율촌전력의 수입신고에 문제가 없다며 이를 수리했다.

그런데 문제는 2004년 11월 관세청 감사를 진행하던 감사원에서 비롯됐다. 감사원은 "함께 수입되는 발전기와 원동기는 발전소에서 하나로 연결되므로 둘을 하나로 묶은 발전세트로 보고 관세율 8%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관세청 품목분류 결정위원회도 감사원과 동일한 의견을 냈다. 감사원과 관세청의 주장은 조세심판원(당시 국세심판원)이 지난 2001년 "발전기와 원동기에 각각의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광주세관은 감사원의 의견대로 2006년 2월 메이야율촌전력에 수입 관세 및 가산세를 합쳐 64억2000만원을 추징했다. 비슷한 사례로 광양세관도 포스코건설과 대림산업에 각각 4억2000만원, 9억6000만원을 추징했다.

뒤늦게 거액의 돈을 물어내야 할 처지에 놓인 3사는 같은 해 5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그러나 업계 손을 들어줬던 조세심판원도 2007년 6월 관세청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막다른 길에 몰린 3개 업체가 기댈 곳은 법원뿐이었다. 시간 및 비용 부담이 컸지만 이번에 기준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의지로 곧바로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쉽지 않을 거라 여겼던 재판에서 다행히 1심법원인 행정법원과 2심 고등법원 모두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발전기와 원동기는 기어박스 및 커플링 등을 통해서만 연결될 뿐 물리적으로 하나의 기계로 결합된 것은 아니다"면서 "또한 두 품목이 항상 결합돼 전력이나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를 세트로 분류하면 전 세계적으로 거의 일치하는 관세율표에서 두 품목을 분류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도 지난 4월 최종적으로 업계의 의견이 옳다며 승소 판결했다.

이로써 발전기와 원동기의 품목분류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진행됐던 분쟁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업계는 이번 판결로 수백~수천t의 장비를 수입할 때마다 최대 수억원 이상의 관세부담을 덜게 됐다. 이전에 발전기와 원동기를 수입했을 때 관세를 과다 납부한 업체들도 판결을 바탕으로 세관에 세액경정청구를 해 환급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유정곤 법무법인 충정 관세사는 "무엇보다 관련 기관의 의견이 달라 매번 부정확한 결정에 맞춰 일을 해야 했던 기업들이 부담을 덜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이번 건처럼 기업 활동을 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행정관행을 발굴해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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