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여기서 일하는지 깨달으면 동기부여는 저절로 되는 것 아닙니까"



장군 출신 CEO '正道경영' 화두 던지다 양원모 군인공제회 이사장



대담 = 권대우 아시아경제 대표이사 회장








양원모 군인공제회이사장. 군복 입은 모습을 보면 그는 분명 군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내 몸에는 전투복이 맞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군인공제회에서 만난 그는 이미 군인이 아니었다. 경영자로 변신해 있었다. 변화를 지배하는 자가 성공한다는 그의 말처럼 지금 그는 군인공제회가 과거에 입었던 옷을 모두 갈아입히는 작업의 선두에 섰다. 16만 회원의 재산증식, 복지증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부드러움 속에서 강함을 찾는 경영자다. 돈지갑 속에, 매일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 속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진을 붙여 놓은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어머니의 사진 앞에서 주변에, 직장에, 나라에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농고출신으로 직업군인으로, 그리고 시간을 쪼개 신학과 사회개발학을 배운 그가 이젠 경영자로서 어떤 계단을 하나 더 쌓을지 궁금하다. 그와의 대담은 이런 이유에서 추진됐다.

 

-양 이사장님을 만나니 故 박정희 대통령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는 "어린 시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삽과 괭이다, 삽과 괭이를 들고 다는 것이 천직인줄 알고 살아온 나에게 희망은 군인의 길이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사장님 역시 이력을 보면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상상이 갑니다. 조그마한 시골에서 다녔던 농업고등학교가 지금은 '빛나는 계급장'이 됐으니 말입니다.

 

◀골프선수 타이거우즈의 아버지 생각이 나는군요. 그의 부친(타이거우즈의 할아버지)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아들을 야구선수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직업군인의 길을 택했습니다. 직업군인이 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피부색이 검든 희든 상관없이 장교는 장교일 뿐이다.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고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곳이 군대다."

 

물론 우리나라와 그때의 미국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 미국에선 흑인들은 역사를 쓰지 못했고, 백인만이 역사를 창조하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렇습니다. 그때 우리의 농촌은 너나 가릴 것 없이 가난에 허덕였습니다. 당시 미국처럼 인종차별은 없었지만 뜻을 품지 않고 그냥 주저앉아 있으면 새로운 미래를 열수가 없었지요. 한 시인이 젊었을 때를 회상하면서 쓴 詩 혹시 기억합니까?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야. 어쩌다 나는 영어 시험에서 일등을 했지. 그때 우리 담임선생님이 날더러 뭐라 했는지 알아? .....군인이 되라는 것이었어. 그래야 돈 없고 빽 없는 나 같은 놈에게도 출세 길이 훤하게 열리는 것이었어..........)

 

◀그런 詩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군요. 그때 저는 집안이 가난해 농업고등학교를 갈 수밖에 없었고, 그냥 있으면 면서기나 조합장 꿈을 꾸었을 것입니다. 다행히 저는 직업군인의 길을 덕분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쨓든 국가와 군으로부터 40년 동안 축복받은 사람이 됐습니다. 지금의 이 자리도 그런 마음에서 마지막 봉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군의 많은 후배들이 "양원모장군, 괜찮은 선배야."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 게 소박한 저의 미래모습입니다.

 

 -나이가 들면 상식과 습관에 매몰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씩 회사에서 과거의 경험, 습관 때문에 소통에 애로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사장님은 그런 것을 경험하지 않았는지요?

 

우리사회의 고정관념가운데 하나는 군인생활을 오래하면 유통성이 부족하고, 둔감하고, 지나치게 강직하고, 원칙만 따지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내 몸에는 전투복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전투복을 입으면 "저 사람 야무지게 보인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복을 입으니 오히려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전 군인의 때를 벗지 못했나 봅니다.

 

군은 명령으로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그러나 지휘관 마음대로 할 수만은 없습니다.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군이라 해도 불신이 쌓이면 화합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 효율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지휘관 혼자서 싸우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측면에서 보면 기업경영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군인공제회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업경영의 영역과 같습니다.

 



 

-군인의 길은 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적을 이길까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지면 군인으로서의 생명력이 없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군인들은 늘 적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경영도 어떻게 보면 이익을 얼마나 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사회적인 책임부문도 고려해야 하지만요.

 

◀그렇지요. 그래서 저의 역할은 항상 '건전한 결정'을 하는 CEO로서의 자리매김입니다. 군인공제회가 이익을 많이 내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16만 명에 이르는 회원들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돈이 되느냐? 안되느냐?'입니다.

 

제가 온 후 모든 임직원들은 책상머리에 '난 지금 16만 회원의 복지증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를 써 붙여 놓고 있습니다. 돈을 벌지 않고 회원들의 복지증진이 가능하겠습니까?

 

저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임직원들의 의견이 중요하고 이를 잘 판단해서 결정을 내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취임이후 군인공제회에도 토론문화가 활발해진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같은 이슈에 대해서 서로 컨센서스를 이루고, 혼자 결정하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을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같은 문제를 놓고 일일이 토론에 붙여 추진하다보면 일의 속도가 느려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군인공제회는 회원들이 맡긴 재산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조직인 점을 감안하면 토론보다는 전문가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도 효율적이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런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열린 조직이 되려면 토론문화가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군인공제회는 특히 개인 기업이 아니라 16만회원의 복지를 위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판단의 모든 기준은 '16만 회원을 위한 것이냐?"가 돼야 합니다. 몇 명이 앉아서 이거하자, 저거하자는 제안을 하고 충분한 토론없이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커집니다.

 

경제여건이 좋을 때는 그래도 그런 걱정을 많이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제대로 잘 돌아갔기 때문이죠.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속에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여건이 급변하고 있고,

 

이럴 때 판단이 잘못되면 결국 손해보는 쪽은 우리 회원들입니다. 이럴 때는 서로의 지혜를 모으고, 지식을 공유하는 조직문화가 중요합니다.

 

외부전문가 활용은 당연한 지적입니다. 그러나 이를 수용, 판단하는 내부의 역량도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 기업인수합병(M&A)부문에서 외부전문인력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군인공제회의 영역이 생각보다 매우 광범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8조원에 가까운 회원들의 자산을 운용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다보면 아무래도 효율성이 문제될 때도 있을 텐데요.

 

◀옳은 지적입니다. 그래서 제가 취임하자마자 비효율적인 부문을 조정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부동산 개발 등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도 그런 차원입니다. 경제 전반적으로 시장의 불안정성이 이슈가 되어있는 만큼 과거보다는 보수적인 시각에서 신규투자에 접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군인공제회는 돈이 많은 곳으로 소문이나 많은 사업제안이 들어옵니다. 그동안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몇 사람이 결정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제안이 들어오면 공개적으로 설명회를 갖게 하고 내부에서 될 것인가, 안될 것인가, 우리가 하기에 적합한 일인가, 아닌가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렇다고 결정이 늦어지는 것도 곤란합니다. 사업을 제안하는 곳도 어떻게 보면 우리의 고객입니다. 가부를 빨리 결정해줘야 그들이 다른 길을 찾게 되지 않겠습니까?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되 결정은 빨리하는 조직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가급적 2-3개월 내에 결정을 내려주자는 원칙을 정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기업이나 조직은 이를 이끌어나가는 리더는 그릇에 따라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리더의 그릇이 적은데 조직이 발전할 확률은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랫동안 군에서 지휘관 생활을 하면서 조직의 에너지를 모으는데 탁월한 역량을 가진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명령으로 움직이는 군과 고도의 경영기법이 요구되는 지금의 상황과는 거리가 있을 것입니다. 이사장께 그 벽을 어떻게 좁혀가고 있느냐에 많은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어떤 조직에서건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일할 맛이 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동기유발은 조직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자하는 자발적 의지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긴장을 가져오기 십상입니다. 동기를 제대로 부여하면 이같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조직의 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체험한 것은 '내가 왜 여기서 일을 하고 있는가?'를 깨닫게 하면 확실하게 동기가 부여되더라는 것입니다. 요즘 진정한 리더십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질문을 던질때가 많습니다. 결국 리더십은 업무능력+관리능력이 아닐까요?

 

인지에 대해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팀장이 있다고 합시다. 그러나 그 팀장이 업무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혼자서 팀을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팀원들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어야 합니다. 팀원들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지름길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그 일을 했을 때 무엇을 가질 수 있는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리더십이 뒷받침될 때 목표달성을 위한 에너지도 모아질 것입니다.

 

 

-군인공제회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조직의 역동성이 바로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요즘 군인공제회 직원들의 눈빛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일하고자하는 의욕이 그만큼 왕성해진 것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목표로 하는 돈을 버는 조직, 회원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도 가능할 것이라 믿습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 줄곧 서로가 서로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면서 조직의 에너지를 모으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농업고등학교를 나와 직업군인의 길을 택했고, 바쁜 가운데서도 신학, 사회개발관련학 공부한 이력이 말해주듯 이사장께선 무슨 일을 하던 먼저 그 일에 대한 가치관을 먼저 정립하고 나서 그 다음단계의 실행계획을 세우는 습관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그렇게 했기 때문에 늘 '아름다운 성과'를 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확실한 것은 어떤 일이건 그 일을 끝냈을 때 '나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해질까를 생각하면 결과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군에 있었을 때나 군인공제회에 왔을 때 최우선 순위를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것, 이왕이면 즐겁게 일을 하는 것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생산성이 있는 조직이 되려면 조직원들 간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합니다. 서로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고안한 제도가 있습니다. 팀장이 자기가 쓸 직원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본부장도 자신이 쓸 팀장을 택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도 "저 사람은 쓰지 않겠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싫다는 직원은 성격이든, 업무처리든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수업무추진단을 만들어 제가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훈련시켜서 됐다싶으면 새로운 일을 맡기고 그것도 안 되면 그만 둬야지요.

 

 

-농촌에서 성장해서 그런지, 군인생활이 몸에 배서 그런지 너무 소박하신 것 같아요. 뵐 때마다 옆집아저씨 만나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얼마 전 외국출장길에 이코노미클래스를 고집해 일부에서는 '검소한 생활에 대한 강박관념'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합니다.

 

◀편한 것 싫어하는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쓰는 돈은 16만 회원의 종자돈입니다. 그런데 제가 편한 것을 찾아서 되겠습니까? 저에게 중요한 것은 저 자신의 품위보다는 16만회원의 재산을 늘려주고 그들의 복지혜택을 늘리는 것입니다.

 

저의 현역시절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따져보니 결혼 후 이사한 횟수만 33회입니다. 그중에 아내와 함께한 이사가 28회이지요. 그래서 저의 마음속엔 항상 "아내가 있어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사를 자주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 군인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재산을 증식한다는 것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러나보니 현재 회원들의 주택보급율은 너무 낮습니다. 많이 놀랄 것입니다.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돈이 없기 때문이죠. 수도권에 분양을 해도 자신이 살집을 장만할 회원들 많지 않습니다. 군인공제회가 할 일은 여기에서 찾아야 합니다. 회원들에게 대한 분양가를 최대한 내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차원입니다.

 

 

-사람마다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이 다른 것 같습니다. 독서나 영화감상, 스포츠, 여행 등에서 찾기도 하고, 전문교육과정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사장께선 독특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적한 것들은 기본이 아닌가요? 저는 항상 새벽기도를 통해 하루를 시작하고,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를 통해 氣를 수혈합니다.

 

얼마 전 히스패닉계 최초로 미국 대법관 후보에 지명된 소냐 소토마요르씨가 한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오늘의 나는 전적으로 어머니 덕분이며 나는 어머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했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힘이 빈민가 딸을 미국의 대법관으로 만든 셈입니다.

 

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 사진을 꺼내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곤 합니다.(양이사장은 서류가방에도, 지갑에도 항상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진을 부착, 수시로 대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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