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불편한 70대 노모 위해 가져갔다가 경찰에 자수
‘가정의 달’을 맞아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골프카트를 훔친 한 프로골퍼 지망생의 절절한 사연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천안에 사는 프로골퍼지망생 이 모(38)씨를 절도 등의 혐의로 붙잡아 불구속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랫동안 프로골퍼를 준비해온 이 씨는 지난달 말 평소 자신이 연습하며 일을 거들어온 한 골프장에서 250만원 상당의 전기골프카트 1대와 충전기 1대를 골프장 허락 없이 집으로 가져갔다.
이 씨는 지난달 20일 밤 11시쯤 천안에 있는 한 골프장 기숙사 앞 주차장에서 세워져 있던 골프카트의 시동을 걸었다. 골프카트 열쇠는 평소 자신이 갖고 있었다. 가슴이 쿵쾅대고 손이 떨렸지만 이 씨는 카트의 시동을 끄지 않고 그대로 집까지 몰았다.
골프카트가 없어진 것을 안 골프장은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를 시작했고 정신을 차린 이 씨는 곧바로 카트를 골프장에 돌려주고 경찰에 자수했다.
이 씨가 골프카트를 훔친 건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70대 후반의 어머니 생각에서였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가끔 골프카트를 몰 때 거동이 어려운 어머니가 쓰시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며 “이유가 어찌됐던 평소 잘 해주시던 골프장 사장님에 큰 누를 끼쳐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연을 들은 골프장 쪽은 이 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았다. 오히려 골프장 쪽은 경찰에 나와 이 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또 그에게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연습공간까지 줬다.
평소 연습도, 일도 성실히 해온데다 카트 등을 훔친 동기가 깊은 효심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다. 이 씨도 골프장이 내민 용서의 손을 잡고 다시 골프장에 나가 새로운 마음으로 연습에 매진하며 일을 거들고 있다.
사건을 맡은 경찰관계자는 “특별한 전과가 없는데다가 죄를 저지를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이 먼저 경찰에 나왔다. 딱한 사정이지만 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불구속입건했다”고 말했다.
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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