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유사 코노코필립스는 지난해 2307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4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를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다. 포천지는 비슷한 시기 ‘가장 많은 손실을 기록한 500대 기업’을 선정했는데 코노코필립스가 지난해 170억 달러의 연손실로 4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또 최대주주였던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은 최근 ‘코노코필립스에 투자한 것은 최대의 실수’는 내용의 공개 반성문을 썼고 마켓워치가 선정한 ‘증시 대폭락을 이끈 10개 기업’ 1위에 오르는 굴욕이 이어지면서 ‘4위’기업의 명성이 퇴색됐다.


◆M&A, 타이밍이 문제

최근 발표한 코노코필립스의 2009년 1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 급감한 8억4000만 달러. 회사측은 “경기침체로 인한 에너지 가격 하락의 직격타를 맞았다”고 해명했지만 손실의 원인은 유가급락 외에도 한 가지 더 있다.

코노코필립스는 다른 대형 정유사들과 마찬가지로 인수합병(M&A)을 통해 현재 규모를 갖춘 정유사다. 1875년 문을 연 코노코사와 1905년 설립된 필립스가 2002년 합쳐지면서 지금의 코노코필립스가 탄생했고 여기에 2005년 가스회사 벌링톤까지 추가로 인수하면서 엑손모빌과 셰브론을 잇는 공룡 정유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30여개 국가에서 3만3800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고 2008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자산규모는 1430억 달러에 이른다.

문제는 바로 M&A시기. 코노코필립스는 가스 가격이 현재의 3배 이상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2005년 벌링톤 리소시즈를 340억 달러에 매수, 지금까지도 비싼 프리미엄을 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천지는 이를 두고 ‘시기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Timing is everything)’며 ‘잘못된 M&A시기(ill-timed acquisition)가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엑손모빌이 주가가 떨어질 때로 떨어진 요즘 헐값에 먹잇감을 찾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규모 투자 멈추지 않을 것

사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유가가 워낙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M&A 비용 지출 정도는 대규모 순익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다. 2006년을 전후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코노코필립스를 비롯한 정유사들은 표정관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엑손모빌은 ‘떼돈을 벌어 죄송하다’며 신문에 광고까지 냈을 정도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유가가 바닥을 치기 시작하면서 손실은 본격화됐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국제 에너지기구 발표에 의하면 2030년경 일일 평균 석유 소비량은 지금보다 25% 증가한 1억600만 배럴에 이를 전망이고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버핏도 바로 이런 점을 감안해 코노코필립스에 투자한 것이다. 비록 잘못된 유가 예측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았지만 장기적으로 버핏의 예측이 잘못됐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이 업체는 거대 정유사의 장점을 살려 불경기에도 엄청난 자금으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코노코필립스는 최근 올해 125억 달러를 원유개발 등의 중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153억 달러를 개발에 쏟아 부었다.

제임스 물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코노코필립스는 지난 10년 동안 7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현재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정제능력을 갖춘 회사가 됐다”며 “앞으로도 대안 에너지를 비롯한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