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침체, 대공황과 어떻게 다를까?’

최근 월가에서는 현재의 글로벌 경기침체를 ‘대침체(Great Recession)’라고 부르며 70,80년대 경기침체(Recession), 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과 구별 짓는다.

비관론자들은 폭락하는 주식시장, 치솟는 실업률 등의 상황이 대공황을 쏙 빼닮았다며 대침체가 대공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침체는 결국 대공황을 부르는 서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전문지 CNN머니는 25일(현지시간) ‘대공황과 대침체는 엄연히 다르다’며 현재의 대침체가 대공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대침체’, 70년대 ‘침체기’와 차원이 달라= 대침체라는 용어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먼저 사용됐다. 최근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 국제 통화기금(IMF) 총재가 ‘세계경제가 대침체기에 들어섰다’고 선언하면서 대침체는 2009년판 경기침체를 규정짓는 공식용어로 자리 잡았다.

당초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글로벌 경기침체가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경기침체와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에서 앞에 ‘대(Great)'자를 붙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과거의 경기침체와 지금의 대침체는 그 정도와 범위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심각했다던 70년대 경기침체가 이어진 시간도 길어야 16개월. 하지만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대침체’는 아직까지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 달이면 17개월째로 접어든다.

정도도 대단히 심각하다. 연방준비은행(FRB)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전체의 86%에 해당하는 업체가 감산에 돌입했다. 이는 FRB가 조사를 시작한 1967년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실업률도 32년 만에 최고 수준, 가계 재정상태도 2차 대전 이후 최악을 나타내는 등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대공황으로 진입할 확률은 적어=그러나 대침체를 감히 대공황과 비교할 수는 없다. 현재까지 이어진 대침체 기간 동안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7% 하락했다. 30년대 대공황 기간 동안에는 25.6%나 떨어졌다. 지난 2월 미국 실업률이 8.1%까지 치솟았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대공황기간 동안에는 전 국민의 30%가 실업자였다. 단순히 실업률, 소비심리 등의 경제지표가 악화된 것만으로는 대공황을 들먹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백악관의 자세가 다르다. 개인과 기업이 소비를 줄이는 대신 주정부, 연방정부가 나서서 재정 지출을 한다. 실업보험, 사회보장 등의 시스템도 구비돼 있다. 여기에 2월 의회에서 통과한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안, FRB에서 시행하는 수조 달러의 대출 프로그램 등은 대공황 기간 동안 이루어지지 않던 것들이다.

대공황 당시에는 당황한 각국 정부가 보호관세를 도입하는 등 보호주의로 나아가는 실책을 저질렀다. 정부가 가격과 생산을 규제했다. 지금 전세계가 ‘보호주의의 망령은 안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다.

퍼스트 아메리카 펀드의 케이트 헴브레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1930년대와 달리 많은 안전장치들이 있기 때문에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L자형' 장기침체로 나아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미국 국립경제연구소는 미국 경제가 GDP하락률 10%이하의 완만한 경기침체에 이를 확률을 20%, 마이너스 25%에 이르는 과격한 경기침체를 겪게 될 확률을 3%로 집계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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