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보기가 무서워서 이번엔 고향에 안가려고 합니다."(G증권사 모 대리)
"지난 추석 때도 고향집에서 어른들을 피해 애기들과만 놀았습니다."(M증권사 모 지점장)
"장인께 권유한 펀드가 박살나 외가를 찾을 면목이 없네요."(D증권사 모 과장)

다가오는 명절 연휴가 증권맨들에게는 두려움의 시간이 될 전망이다. 지인들에게 앞다퉈 권유했던 펀드가 박살나고 주가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M증권사의 모 지점장은 지난해 추석 때 고향에 갔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구석에서 아들딸뻘인 아이들과만 지냈다고 전했다.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자사 펀드를 지인들에게 권해 친인척들이 상당수 가입했기 때문이다. 일부 친척은 펀드 잔고를 30% 이상 까먹자 아예 말도 붙이지 않았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져 주가는 반토막, 펀드는 마이너스 50% 수익률 수준이니 눈칫밥이 더욱 두렵다.

D증권사 모 과장 역시 마찬가지. 그동안 주식, 펀드에는 눈도 돌리지 않던 장인어른을 설득, 지난해 초 한 펀드에 거치식으로 가입을 받았다. 그러나 이 펀드가 순식간에 꼬꾸라져 아내와 툭하면 전쟁이다. 장인댁 인사를 갈지 말지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아예 귀향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G증권사의 모 대리는 이번엔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도 했다. 친척들은 물론, 친구들 등쌀에 괴로울 것 같아 그냥 집에서 푹 쉴 생각이다.

증권사들은 이런 직원들을 위해 사기를 진작하고, 위로하는 차원에서 경영 상황이 어렵지만 명절 떡값을 올해도 지급키로 했다. 일부 증권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0만원에서 최고 50만원까지 명절 차비를 준다.

떡값까지도 받지 못한 증권사 직원들에게 그나마 이들은 부러움의 대상. 이번 명절에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한 증권사의 직원은 "마음도 불편하고 지갑까지 가벼워 고향가는 발길이 무겁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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