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앞당긴 양자컴퓨터 상용화
암호 푸는데 9조8000억년→9분
대응 느린 비트코인…기민한 이더리움
"대응체계가 생존여부 가를 듯"

구글이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체계를 무력화하는 시점을 2029년으로 예측한 가운데, 블록체인에 기반한 가상자산도 해킹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양자컴퓨터 공격에 대항한 양자보안 도입을 얼마나 빨리하느냐가 가상자산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9년, 가상자산 해킹 가능…AI가 앞당겨"

구글 퀀텀 인공지능(AI) 팀은 지난달 30일 '양자 취약점을 책임감 있게 공개해 암호화폐를 보호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양자컴퓨터가 가상자산 보안의 핵심인 ECC를 기존 예상보다 훨씬 적은 자원으로 해독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ECC란 타원곡선 암호로 불린다. 타원곡선이라는 수학적 그래프를 이용한 보안법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면 공개키(모두가 아는 지갑 주소)와 개인키(나만 아는 비밀번호)가 생긴다. 이를 짝지어주는 기술이 ECC이며, 개인키를 통해 지갑 주인임을 증명한다. 가상자산을 탈취한다고 하면 공개키를 통해 개인키를 알아내야 한다. 기존에는 슈퍼컴퓨터가 비트코인 암호 하나를 풀기 위해 9조8000억년이 걸린다고 한다.

[비트코인 지금]"2029년 가상자산 무너진다"는데…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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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글은 양자컴퓨터가 ECC를 해독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큐비트가 기존 추정치의 18분의 1 수준인 50만 개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논리적 큐비트로 환산하면 1200~1450개다. 해킹에 걸리는 시간은 9분~23분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비트코인 블록 생성 주기가 평균 10분임을 감안하면 블록 생성보다 해킹이 더 빠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큐비트란 0과 1을 중첩해 한 번에 다량의 정보를 짧은 시간에 연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하드웨어 장치에 들어있는 개별 양자 입자를 물리적 큐비트라고 하는데, 양자가 온도나 빛 등 외부 자극에 예민한 만큼 오류가 잦다. 이 물리적 큐비트를 묶어 서로 오류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수정하게 만든 게 논리 큐비트다. 구글은 이 같은 양자컴퓨터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해당 논문을 발표하기 닷새 전에 양자내성암호(PQC) 전환 목표를 2029년으로 정하고 곧 출시될 안드로이드 17에 관련 기술도 탑재할 예정이다.


이 같은 양자컴퓨터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게 양자 그 자체가 아니라 AI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암호학 전문가들이 느끼는 진짜 공포는 AI가 양자 오류 수정 모델을 혁신할 경우 수십 년 격차가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앤트로픽 공개 시연에서 클로드는 복잡한 툴 없이 리눅스 커널 취약점을 90분 만에 찾아냈으며 2분 26초 만에 스마트 컨트랙트(블록체인 위 자동 실행 프로그램)에서 460만달러를 탈취했다. AI는 사람 도움 없이 스스로 취약점을 찾아낸 것이다. 한 연구원은 "AI 모델의 해킹 능력은 1.3개월마다 2배씩 강력해지고 있어 AI가 투입되면 2029년이라는 (양자컴퓨터 상용화) 예상 시간표마저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적극 대응' 이더리움 vs '화석화' 비트코인

양자컴퓨터의 '습격'에 대응해 이더리움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개발을 지원하는 이더리움 재단은 양자컴퓨터의 위협을 네트워크 전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구조 개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올해 1월 재단은 포스트 양자 보안을 최우선 전략 과제로 공식화했으며 전담 조직과 연구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5단계 포스트 양자 방어 로드맵을 짜놓고, 양자컴퓨터가 아예 역추적할 수 없는 '해시 함수(STARKs)' 방식을 써서 네트워크 전체의 뼈대를 갈아 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비트코인 지금]"2029년 가상자산 무너진다"는데…진짜일까 원본보기 아이콘

반면 비트코인은 공식적인 리더십이 없는 만큼 이더리움처럼 구조 개편을 결정하기 어렵다. 양자컴퓨터 공격을 막는 PQC 자체도 비트코인에서 사용하는 서명의 용량보다 커서 처리 속도와 수수료 측면에서 비트코인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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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앞으로 가상자산의 대응 초점은 얼마나 빠르게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가에 달려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윤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자 리스크가 개념적 논의를 넘어 실제 대응을 요구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특정 시점의 기술 돌파보다 그 이전에 이뤄지는 대응 속도와 준비 수준이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시장은 '양자컴퓨터가 언제 등장하는가'보다 각 네트워크가 PQC 전환 로드맵을 얼마나 명확히 제시하고 실행하는가에 따라 리스크 프리미엄이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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