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50만명 작은 국가
유니콘 기업은 20개 달해
한국의 인구 대비 10배 규모

핀란드 헬싱키에서 차로 20여분 떨어진 에스포의 알토대학교. 지난 22일(현지시간) 캠퍼스 한편에선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위성을 조립하고 있었다. 부품 선정부터 컨트롤러 프로그래밍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해낸다. 이곳에서 만난 얀 프락스(Jann Praks) 전자 및 나노공학과 부교수는 한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항공우주와 방위 산업에 적용 가능한 초경량 안테나를 만드는 '메타틱(Metaktik)'은 지난달 설립된 지 사흘 만에 100만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알토대 학생들이 박막 구조 기반의 안테나 기술 하나로 단숨에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얀 프락스(Jann Praks) 전자 및 나노공학과 부교수 지난 22일 핀란드 에스푸 알토대학교에서 우주연구소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얀 프락스(Jann Praks) 전자 및 나노공학과 부교수 지난 22일 핀란드 에스푸 알토대학교에서 우주연구소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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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한때 몰락을 걱정하던 나라였다. '국민 기업' 노키아가 2014년 휴대전화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하면서 경제의 한 축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키아의 빈자리는 스타트업이 메우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인구 약 550만명,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이 작은 나라가 보유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은 20개에 달한다. 27개를 가진 한국과 비교하면 인구 대비 약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29일 핀란드 기술산업협회 및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따르면 스타트업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 100억유로(약 17조2580억원)를 달성했다. 당초 목표 달성 시점을 5년이나 앞당긴 수치다. 2030년에는 200억유로(약 34조516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노키아 전성기 매출액을 뛰어넘는 규모다.

핀란드 에스푸 알토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대학원생이 우주연구소의 시설과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핀란드 에스푸 알토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대학원생이 우주연구소의 시설과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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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유럽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캐피털(VC) 투자 유치액이 가장 높은 국가로도 꼽힌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GDP 대비 VC 투자 규모는 0.168%로 영국, 스웨덴 등을 제치고 투자 안정성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2024년 한 해에만 15억유로의 VC 투자를 유치했다.


산학 협력은 핀란드가 스타트업 천국이 된 이유다. 2010년 헬싱키 공과대학·경제대학·예술디자인대학 등 3개 대학이 통합하면서 만들어진 알토대는 스타트업의 요람이 됐다. 알토대는 산업으로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실험과 실질적인 연구를 지원해왔다. 특히 알토대에서 운영하는 우주연구소는 소형 위성 개발 및 시험을 위한 환경을 제공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우주연구소는 최첨단 시험 시설은 물론이며 클린룸, 전용 전자 실험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자체 위성 지상국도 보유하고 있다. 운행 중인 두 대의 과학 위성도 학생들의 실제 연구를 돕는다.


프락스 부교수는 "현재 저희 팀은 소형 큐브셋을 제작하고 있는데 새로운 프로젝트로 초저궤도(VLEO)를 연구하고 있다"면서 "또 다른 그룹은 우주 플라즈마와 우주 과학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혁신 생태계를 가다]①전성기 시절 노키아 뛰어 넘는다…스타트업 천국으로 원본보기 아이콘

알토대가 배출한 유망 스타트업 중 한 곳은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세계 최대 업체인 아이스아이다. 2014년 설립된 아이스아이는 SAR을 활용해 이미지 형태로 관측 가능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공동 창업자인 라팔 모드르제브스키와 페카 라우릴라는 학교에서 진행한 위성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중 창업에 성공했다.


아이스아이의 위성은 기존 위성보다 가볍고 작으면서도 가격은 10배 저렴하다. 해상도는 25㎝에서 현재 6㎝로 높이고 있으며 이미지를 내려받는 속도는 과거 며칠씩 걸리던 것에서 10분 이내로 단축했다. 2018년 첫 위성 발사에 성공한 뒤 현재까지 70기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 최근 1년 사이 약 25기 위성을 발사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날씨와 관계없이 고화질 영상 촬영이 가능하며 최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이후에도 촬영에 성공했다.


에스포에 위치한 아이스아이 본사를 방문해서 보니 조립 공정 모든 곳에서 위성 제작이 한창이었다. 데이번 올로만(Damon Olloman) 아이스아이 세일즈 디렉터는 "제가 6년 전 합류했을 때는 직원이 100명 정도였는데 현재 직원은 10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핀란드 혁신 생태계를 가다]①전성기 시절 노키아 뛰어 넘는다…스타트업 천국으로 원본보기 아이콘

아이스아이는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포르투갈, 일본 등 여러 나라에 위성을 판매했다고 한다. 지난해 매출은 2억5000만유로 이상으로 2027년 10억유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핀란드는 기술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핀란드 기술산업협회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은 양자 하드웨어 분야 선두 기업으로 성장한 블루포스(Blufors), 미국에 상장을 앞둔 양자 관련 기업 아이큐엠(IQM) 등이다. 기부 받은 자금으로 이들 기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스타트업의 지분은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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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아라니오(Antti Aaranio) 핀란드 기술산업협회 전무는 "우리는 초기 단계여서 아직까지 투자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혁신이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헬싱키·에스포(핀란드)=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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