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물길을 바꿔라]①[르포]국민성장펀드로 '데스밸리' 넘었다…전고체 배터리 양산 전초기지 가보니
'국민성장펀드 1000억 투입' 이수, 황화리튬 양산 공장 6월 완공 눈앞
연 40t서 최대 500t 생산 확대…전고체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
초저리·장기 자금으로 투자 부담 완화, "희토류급 전략 자원 육성"
지난 20일 오후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위치한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이수스페셜티케미컬 close 증권정보 457190 KOSPI 현재가 121,600 전일대비 1,100 등락률 +0.91% 거래량 455,778 전일가 120,500 2026.04.24 15:30 기준 관련기사 이수그룹, 창립 30주년 맞아 미래 비전 제시…배터리·AI·바이오 중심 도약 선언 [특징주]이수스페셜티, 황화리튬 투자로 전고체 전지 첫걸음 90조 휴머노이드 합종연횡…장비 협력사, 내편 모시기에 몸값 ↑ 공장. 공장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자 매캐한 황 냄새가 퍼지는 대규모 부지 위로 높이 20m 안팎의 건물 4개 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 내부 곳곳엔 굵은 배관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고, 작업자들은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완공을 앞둔 화학 공장 특유의 긴장감이 현장을 감쌌다. 이곳에선 전기차와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미래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황화리튬 생산동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었다. 오는 6월 완공,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막바지 공정이 진행 중이었다.
마더 플랜트 옆 데모 플랜트에선 이미 시험 생산이 이뤄지고 있었다. 현재 연간 40t 규모의 황화리튬을 생산 중이며 6월 완공 예정인 마더 플랜트 가동 시 첫해 150t, 중장기적으로는 500t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차세대 이차전지 시장을 겨냥한 전고체 배터리 소재의 본격 생산 기반이 국내에 구축되는 셈이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위치한 이수스페셜티케미컬 공장 내 황화리튬 생산시설 건설 현장. 회사는 오는 6월 완공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황화리튬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현재 연간 40t 규모를 생산하고 있으며, 마더 플랜트 가동 시 첫해 150t, 중장기적으로는 500t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제공.
이 같은 투자는 국민성장펀드의 자금 지원이 뒷받침됐다. 국민성장펀드는 공장 건설과 초기 운영자금을 포함해 1000억원을 지원했다. 총 852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에 3%대 초반 금리의 10년 만기 장기 대출 구조가 적용됐다. 이는 시장 금리보다 최소 1%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으로, 100억원 이상의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4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지원이다. 회사 측은 단순한 금리 혜택을 넘어 투자 안정성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엔 1년 만기 단기 차입 구조로 인해 금리 변동성과 상환 압박이 매우 컸다"며 "초저리 자금을 장기로 지원받게 돼 투자 부담이 크게 낮아지고 안정적인 생산 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투자 유치 이후 내부 사기가 높아졌고, 이를 계기로 다른 금융기관의 추가 금융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말에는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국민성장펀드 투자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온산 공장을 직접 찾아 한 시간가량 현장을 둘러봤다. 권 부위원장은 공장을 안내한 재경팀장에게 개인 연락처가 담긴 명함을 건네며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현장에선 이를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당 직원은 "낮은 금리와 장기 차입 구조의 장점이 너무 커 국민성장펀드 투자 유치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백방으로 뛰어왔다"며 "초기 투자 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권 부위원장이 직접 공장을 방문해 지원을 약속해 주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민간 자금이 쉽게 유입되기 어려운 초기 기술 양산 단계,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 구간을 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정책 금융이 선제적으로 보완한 사례로 평가된다.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결정 배경엔 이 회사의 압도적인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황화수소 정제 기술과 고순도 황화리튬 생산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황화리튬은 전고체 배터리의 고체 전해질을 구성하는 핵심 원료로, 차세대 이차전지 상용화의 성패를 좌우할 전략 소재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전해액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2027년 상용화를 예상하며,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해당 시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화리튬은 전고체 배터리 원가의 약 40%를 차지해 시장 개화 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추격하고 있지만 황화리튬은 한국 기업이 기술 우위를 확보한 몇 안 되는 분야"라며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대규모 양산 체계를 신속히 구축해 초격차 기술로 고품질 전고체 배터리 소재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황화리튬이 중국 희토류에 버금가는 한국의 국가 전략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현재 사업 재편 중인 석유화학 산업의 모범 사례로도 꼽힌다. 범용 제품 중심에서 탈피해 TDM·NOM·NDM 등 과점 체제의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를 상업화하며 사업 구조를 고도화했다. 과잉 공급에 직면한 기존 석화 업계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이 같은 선제적 사업 구조 전환 역시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판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성장펀드에는 자금 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기업·지방정부·관계부처 등에서 181건, 총 210조원 규모의 투자 요청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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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자금 수요가 있는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집행해 민간 자금 유입과 혁신 기업 성장을 견인하겠다"며 "혁신 산업 전반에 대한 자금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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