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의 날, 석주를 다시 묻다
이상룡 선생 공적 재검증 본격화
초대 국무령의 위상·미반영 독립운동 공적 재조명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맞아 석주 이상룡 선생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과 공적 재검증 필요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항일 독립운동의 조직적 기반을 다지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체제의 한 축을 세운 핵심 인물임에도, 선생의 공적 일부가 기존 서훈 체계와 공훈록 서술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확산하면서다.
경상북도 호국보훈재단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가운데,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1858~1932·독립장)의 독립운동 공적과 역사적 위상을 재조명하고, 공적 재검증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은 국권을 상실한 암흑기 속에서도 민주공화국의 기틀을 세우고 분산된 독립운동 세력을 하나로 결집한 역사적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임시정부는 단순한 망명 조직을 넘어 국가의 형태와 운영 체계를 갖춘 항일 독립운동의 구심체였고, 그 정신은 오늘의 대한민국 정통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임시정부 체제에서 이상룡 선생은 1925년 9월부터 1926년 1월까지 초대 국무령을 맡아 독립운동 세력의 통합과 운영체계 정립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평가된다. 만주 지역 독립운동 기지 건설과 인재 양성, 항일 노선의 조직화에 이르기까지 선생이 남긴 족적은 단순한 참여의 차원을 넘어 독립운동의 방향을 설계한 지도자의 무게를 보여준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는 기존 공적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이상룡 선생의 활동과 역할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되면서, 공적 전반을 보다 정밀하게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권피탈 이전 선생이 펼친 1896년 안동의병 자금 지원과 1905년 가야산 의병 기지 구축 활동은 항일 의병 투쟁의 조직화와 확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음에도, 현재 공훈록에는 그 구체적 내용과 역사적 비중이 충분히 담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만주 망명 이후 설립한 길남장과 마록구농장은 병농일치 체계에 기반한 독립군 양성의 거점으로 기능하며 독립전쟁 수행의 토대를 형성했지만, 이 역시 기존 공적 서술에서는 제한적으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1921년 북경군사통 일 회의에서 대조선 공화국 대통령으로 추대된 사실 역시 당시 독립운동 진영 내 이상룡 선생의 정치적 위상과 지도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적 의미는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처럼 미반영되거나 축소된 공적들은 이상룡 선생이 의병투쟁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만주 독립운동 기지 건설, 나아가 독립운동 세력의 통합과 지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통한 핵심 인물이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읽힌다.
결국 선생의 정치적 지도력과 역사적 기여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의 공적 범위와 위상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더 지역 차원의 요구에 머물지 않고 제도적 과제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경상북도 호국보훈재단은 이러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단순한 서훈 상향 요구를 넘어, 공적의 범위와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춰 '독립유공자 공적 재심사 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감정적 호소보다 사료와 학술적 성과에 기반해 역사적 평가의 균형을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다.
실제 독립유공자 훈격 재평가와 제도개선 논의도 점차 공론의 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훈격 재평가 및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공적 재검증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여기에 지난 2월 11일 안동 유림이 독립운동가 20인에 대한 서훈 재평가를 요청한 '영남만인소', 지난해 12월 출범한 재단의 '독립유공자 공적 재심사 추진단' 활동은 지역사회에서 제기돼 온 문제의식이 제도 논의와 맞물려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경북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주요 거점 중 하나였고, 이상룡 선생은 지역을 넘어 전국 독립운동의 흐름을 이끈 대표적 지도자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더욱 크다. 이번 재조명 움직임은 한 인물의 서훈 문제를 넘어, 독립운동사 서술의 공백을 바로잡고 국가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책임의 범위를 다시 묻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희원 경상북도 호국보훈재단 대표이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일은 단순한 역사 기념일이 아니라 독립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라며 "이상룡 선생의 공적을 객관적으로 재조명하는 과정은 상훈제도의 신뢰를 높이고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재단은 앞으로도 학술 연구와 공론화, 국민 참여를 연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독립유공자 공적 재검증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서훈 상향' 요구에 머물지 않는다. 독립운동의 현장을 실제로 움직였던 인물의 역할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기록하고 평가하느냐는 곧 국가 기억의 품격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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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 이상룡 선생에 대한 재검증 논의가 과거를 다시 쓰는 작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떤 역사를 중심에 놓고 미래 세대에 전할 것인가를 묻는 말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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