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②] 경영계·노동계 불안 고조…"불확실성" vs "권리축소"
2007년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은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고 시행돼 노사 양측에 반발을 샀다. 경영계는 과도한 비정규직 보호라고, 노동계는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반발했다. 노란봉투법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경영계는 교섭 확대 자체보다 예측 불확실성을 가장 경계했다. 하청노조가 언제, 어떤 사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고 봤다. 노동계는 법 취지대로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이 제대로 보장될지 의문을 제기했다. 되레 절차적 장애를 쌓아 형식적 개선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디서, 어떤 교섭 요구 나올지 몰라"
경영계는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시점과 협상 범위를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걱정으로 꼽는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실제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세부 절차를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어느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지 기업들이 파악하기 어렵고, 상대 기업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요구가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조선업 등 협력업체가 거미줄처럼 엮인 산업에서는 한 사업장의 교섭이 다른 협력업체 노조로 연쇄 확대될 가능성도 경계했다.
하청노조 간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도 변수다. 개정 노조법은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적용하지만 근로조건 차이, 고용 형태, 기존 교섭 관행 등을 이유로 노동위원회가 교섭 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 이 경우 같은 사업장에서 여러 하청 노조가 각각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데, 문제는 협약 내용이 서로 다를 경우 어떤 협약을 우선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같은 원청을 상대로 교섭한 동일 사업장에서도 임금·복지 등 근로조건 기준이 엇갈리는 '협약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실무자들은 모호한 세부 기준도 불만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교섭 요구가 들어오면 사업장에 공고해야 하는데, 그 범위가 게시판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작업 공간, 휴게장소, 출입구, 식당 등 한정인지, 모든 출입문에 게시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이런 사소한 부분도 시행 초반에 문제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원청 노조의 움직임도 경계 대상이다. 원청 노조가 자동화 설비 도입이나 인공지능(AI) 활용 확대 등 고용 문제를 교섭 의제로 삼을 경우, 하청 노조의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기업들은 정규직 노조의 반응을 보면서 하청 노조 교섭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정규직 노조가 하청 노조와 함께 원청을 압박하는 구조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관련 관계장관회의에 참석, 발언에 앞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2026.3.4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노동계 "절차적 장애·권리 축소 우려"
노동계는 시행령과 해석지침이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확대라는 법의 취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교섭 절차와 사용자 판단 기준이 현장에서 새로운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우선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이 절차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개정 노조법에 따르면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 시 복수 하청노조 사업장의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동부는 매뉴얼을 통해 사용자로 인정받은 하청 노조가 복수거나 상급 노조가 다른 경우 등 교섭을 원하는 단위가 2개 이상일 경우 교섭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별도 교섭단위 필요성이 제기되면 노동위원회가 분리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노동계는 이런 절차가 추가적인 장벽으로 작용, 신속한 교섭을 어렵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 개별 분리가 확산할 경우 노조 간 힘이 분산돼 실질적인 협상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식적으로 교섭이 가능하지만, 실제 성과가 제한되는 이른바 '껍데기 교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여전히 하청노조 전체에 대해 창구 단일화를 강제하고 있어 교섭절차가 복잡하고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이 제한된다"고 했다.
노동위원회 판단 지연 가능성도 문제로 제기된다. 사용자성 인정과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노동위원회가 결정하는 구조인 만큼 사건이 몰릴 경우 심의가 지연될 수 있다. 이 경우 교섭 자체가 늦어지면서 하청 노동자의 권리 구제가 장기간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80만원이라더니 돌아온 청구서는 500만원…두 번 ...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일정 부분 교섭 접근성을 개선한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하청노조 내부 창구단일화 구조가 유지돼 모든 하청노조의 교섭권이 충분히 보장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매뉴얼 제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용자 범위 확대와 교섭 실효성 확보라는 개정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도록 추가적인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