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고 늘어나는 경찰조직의 지휘 공백
'책임자 부재' 따른 피해는 현장과 국민 몫

[기자수첩]치안 수장들의 부재, 혼선은 누가 떠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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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할 자리가 계속 '대행'이면 조직은 자연스럽게 몸을 사리게 됩니다. 책임은 현장이 지는데 권한은 임시라는 게 과연 정상적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얼마 전 만난 일선 경찰은 간부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푸념했다. 직책 하나 비는 문제가 아니라 주요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조직 전반의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19일자로 총경 이상 고위직 16명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비상계엄 관련 불법행위 가담으로 중징계를 요구한 이들이다.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부명 경북경찰청장,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엄성규 부산경찰청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청 역시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파면됐지만, 후임자는 정해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비상계엄 이후 1년 넘게 '수장 공백' 상태다.


본청부터 각 시도경찰청까지 치안을 총괄하는 수장들이 동시 이탈하는 건 이례적이다. 징계 필요성이나 책임 규명과는 별개로, 지휘 공백을 장기간 방치하는 인사 운용이 적절한지 의문이 남는다. 고위직부터 이뤄져 온 경찰 인사도 예년과 달리 실무자급부터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하반기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 오는 6월 지방선거 관련 선거범죄 수사까지 국가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 공백이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구조는 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지휘권은 직무대행이 행사할 수 있지만 책임과 권위까지 온전히 대체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은 보수적으로 흐르고 조직은 소극적으로 변하기 쉽다.


지휘 공백은 곧 질서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비단 경찰만의 문제도 아니다. 검찰청과 소방청, 해양경찰청까지 치안과 질서를 책임져야 할 기관들이 모두 '2인자 체제'로 가동되고 있다.


계엄 사태가 남긴 교훈은 헌정질서를 흔드는 공권력의 남용을 경계하란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다른 질문을 던질 차례다. 국가 치안을 책임지는 조직의 지휘 공백을 장기화하는 방식은 질서와 안정에 부합하는가. 경찰은 민생과 가장 밀접한 기관이다. 고위직 인사를 미루는 배경에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있다면 최소한 그 일정과 구상에 대한 로드맵이라도 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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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관련 불법행위 가담에 대한 수뇌부의 책임을 묻는 일과 조직을 정상화하는 일은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부담은 결국 현장의 경찰들과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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