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지원 중단에, 유학생 등록 자격 박탈
국토안보부 장관 "다른 대학에도 유사 조치"
反유대주의·진보성향 문제삼아 '대학 길들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에 해외 유학생 등록 자격 박탈을 전격 통보했다. 이번 조치를 다른 대학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 대학가의 반(反)유대주의와 진보 성향을 문제 삼아 집권 2기 초부터 명문 사립대와 전쟁을 벌여 온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보조금 지원 중단에 이어 외국인 유학생 등록 금지 조치까지 시행하며 전방위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하버드 지도부는 반미적이고 테러를 지지하는 선동가들이 개인, 특히 많은 유대인 학생들을 괴롭히고 신체적으로 공격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위험한 교내 환경을 조성했다"며 "하버드는 한때 훌륭했던 학습 환경을 훼손했다"고 밝혀 이번 조치를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의 해외 유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면서 이 대학은 더 이상 외국인 학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대학은 SEVP 인증이 있어야만 외국인 학생이 미 정부로부터 비자를 승인받는 데 필요한 유학생 자격증명서(I-20)를 발급할 수 있다. 앞서 국토안보부는 하버드에 4월까지 해외 유학생의 폭력·불법 행위 내역을 제출하지 않으면 외국인 학생 비자 프로그램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번 조치로 하버드에 재학 중인 기존 해외 유학생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 내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7000명에 가까운 하버드 외국인 학생이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하버드에 따르면 해외 유학생은 6800명으로 전체 학생의 27%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해외 유학생 등록 자격 박탈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른 대학에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이냐는 질문을 받고 "절대적으로 그렇다"며 "다른 모든 대학에 행동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하는 경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미 주요 사립대와 '이념 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학 길들이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학가의 지난해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를 기점으로 부각된 반유대주의 확산,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도입 등 진보 성향을 비판하며 연방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 앞서 하버드대가 정부의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자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보조금·계약을 동결했고, 면세 지위 박탈까지 시사했다. 여기에 이번 조치로 해외 유학생 등록 자격까지 빼앗았다.
하버드대는 이와 관련해 "국토안보부의 외국인 학생 차단은 불법"이라며 "대학은 140여개국 출신 외국인 학생 및 학자의 수용 능력 유지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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