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유예 기간, 美 어떻게 상대할 건가
지난 16일 제1차 통상정책자문위원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전쟁에 우리나라 통상전문가들이 정부관계자들과 만나 공식적으로 머리를 맞댄 첫번째 모임이었다.
이날 자문위에는 에너지, 소비자, 법률, 기술, 중소기업, 경제 외교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산업 현장의 목소리부터 외교 전략까지 통상 전선 전반을 꿰뚫는 실무형 두뇌집단이다. 회의 전후로 만난 위원들은 한결같이 정권 교체기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이 마주한 통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고 평가했다. 또 통상 전략만큼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흔들림 없이 '국익'이라는 일관된 목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 원론적인 얘기가 나오는 건 최근 정치권의 잇단 발언과 무관치 않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권한도 책임도 취약한 대행 정부가 국익이 걸린 협상에 전면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통상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치적 입장에 따라 통상 전략이 흔들린다면 협상력은 약화되고 실질적인 부담은 결국 기업과 국민이 떠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선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세수 확보, 또 하나는 외국인 투자를 유도해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전략으로 이미 강한 압박을 시작했다. 물론 이런 정책이 야기한 현실은 생각만큼 풀리지 않고 있다. 고율 관세 이후 달러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고 미국 국채 금리는 24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금융시장은 이미 불안정성의 경계선을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90일의 유예를 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90일 유예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골든타임이다. 하지만 이 기간 중 우린 정권교체 가능성이 크다. 단호하면서도 일관된 협상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건 이런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바뀔 수 있으니 지금 협상을 중단하자'는 주장은 외교 현실에서 설 자리가 없다. 통상은 단기 정권의 이해가 아니라 장기 국익을 지키는 도구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협상을 미루는 건 전략이 아니라 공백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따로 움직이는 대신 국익이라는 한 방향을 향해 전략을 모아야 한다. 협상이 정치적 셈법이나 개별 이익에 휘둘려선 안 된다. 국익 앞에서는 모든 주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국익을 위한 통상 외교에는 좌우도 없고 여야도 없다. 지금 필요한 건 공조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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