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협상카드 구상 무산된 듯
계약 대상은 블랙록 주도 컨소시엄
4월 2일 본계약 체결 예정

지난 4일 파나마 운하의 태평양 쪽 입구에 위치한 발보아항 전경. 이는 홍콩에 본사를 둔 CK허치슨홀딩스 산하 허치슨 포트 홀딩스가 소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홍콩에 본사를 둔 CK허치슨홀딩스가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을 미국 기업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한 데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격노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진핑이 격노한 이유 중 일부는 CK허치슨이 매각 전에 미리 베이징의 승인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시진핑 지도부가 당초 파나마 항구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협상카드로 이용하려고 구상하고 있었으나 매각 추진 발표로 이런 구상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7일 중국 당국이 반독점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 등을 통해 CK허치슨의 해외 항만 사업 매각 거래에 보안 위반이나 반독점법 위반 등이 있는지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주에 관영매체 홍콩 대공보 논평을 통해 "국가 이익과 민족의 대의를 경시하는 일이며 전체 중국인을 배신하고 팔아넘긴 것", "미국이 협박, 압박, 회유 등 비열한 수단을 통해 다른 나라의 정당한 권익을 착복한 패권적 행위" 등 강한 표현을 써가며 이번 매각 추진을 비난했다.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은 기 싸움을 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파나마 운하의 운영권을 미국이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매각 거래를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라고 자랑하고 있다.
CK허치슨은 지난 4일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사 지분 90%를 포함해 중국·홍콩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사업 부문 지분 등 기타 자산을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거래 규모는 228억 달러(약 33조2000억원)다. 본계약 체결은 4월 2일로 예정돼 있다. 매각이 확정되려면 CK허치슨 주주들과 파나마 정부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파나마 운하는 1914년에 완공된 이래 미국이 관리하다가 1999년에 파나마에 관리권을 넘겼으며, 파나마 정부는 운하 양 끝에 있는 항구 2개의 운영권을 1990년대에 경쟁입찰을 거쳐 홍콩에 본사를 둔 '허치슨 왐포아(현 CK허치슨)'에 맡겼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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