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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고령화 가족'이 던진 가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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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용납하지 않는 경쟁 사회
승자·패자 이분법 틀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정해야

[논단]'고령화 가족'이 던진 가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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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경제성장 이면에 경쟁이 최우선 가치로 자리 잡은 한국 사회에서, 천명관 작가의 동명 소설이자 송해성 감독이 2013년 연출한 ‘고령화 가족’은 현 사회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영화는 인생의 실패자라고 여겨지는 가족 구성원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살아가며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가 서로에게 자랑거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공동체의 본질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현재 한국 사회는 극심한 경쟁 속에서 서로를 평가하고, 성공과 실패를 잣대로 사람을 구분하는 모습이 이제 일상이다. 이러한 불건전한 경쟁은 개인 간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며, 사회적 연대를 약화시킨다. 주변 모든 곳에서 나와의 크고 작은 인연을 찾기보단 배척할 이유를 먼저 찾는다.

이러한 사회 풍조에서 아이들은 ‘7세 고시’라는 극단의 경쟁을 강요받고 청년이 되면 다시 높은 실업률과 취업난 속에서 끝없는 스펙 경쟁을 요구받고 있다. 2024년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5.9%로 집계된다. 이는 전체 실업률 대비 2.8배에 달하며, 또한 OECD 평균의 2.08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사실 통계가 취업을 아예 포기한 청년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변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결국 이러한 청년 실업은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활력을 저하하는 요인이 된다.


나 자신도 지키기 어려운 현실에서 청년은 결혼은 물론 자녀 출산도 생각하기 어렵다. 젊은 시절 낭만이던 두손을 꼭 잡고 걷던 대학 캠퍼스 연인의 추억은 이제는 더 보기 힘들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이제 정부가 선심 쓰듯 쏟아내는 당근책으로는 해결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심한 세월은, 지난 경제 성장의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노년층 역시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소외에 직면하게 한다. 한국은 빠른 고령화로 인해 노년층 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많은 노년층이 충분한 연금이나 저축 없이 노후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더 가족은 이들의 보호처가 되지 못한다.

이런 환경에서 개인은 실패를 두려워하며, 실패한 사람을 쉽게 낙오자로 규정한다. 그 결과, 가족조차도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사회적 기준에 맞춰 평가하고 기대하는 공포의 연장선이 된다. 내가 진정 쉴 곳은 아무 곳에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승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 우리 삶의 이치이다. 우리는 모두 존재 자체로서 사랑받아야 하며 행복을 추구할 자격이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영화 속 가족이 투박하지만 진정 서로를 사랑하고 보듬으며 살아가듯이, 우리 사회도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해야 한다.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서로를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할 때, 청년 실업 문제도 단순히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바라볼 수 있으며, 노년층의 빈곤도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궁극적으로, 진정한 공동체란 구성원 개개인이 조건 없이 받아들여지고 존중받는 곳이다. 타인의 실패를 비난하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할 때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영화 ‘고령화 가족’이 보여준 있는 그대로의 사랑이야말로, 이러한 사랑을 통한 각 개인의 삶의 회복이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규일 美 미시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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