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2·3위 철강 수출국, 신중한 입장 보여
대미(對美) 2·3위 철강 수출국인 멕시코와 브라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에 곧바로 맞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강력히 반발하며 즉각적으로 보복관세를 발표한 유럽연합(EU), 캐나다 등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상응하는 조처를 즉시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의 창이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간 회담이 지속될 것이라며 보복 관세 부과 여부를 다음 달 2일께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날(4월2일)은 트럼프 대통령과 앞선 전화 통화에서 협의 시한으로 제시한 날짜이자 미국 정부가 전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시점"이라며 "미국이 멕시코에 대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멕시코 경제부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멕시코를 상대로 한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흑자 규모는 68억9700만달러(약 10조원)에 달한다. 멕시코 경제 장관은 지난달 기자 회견에서 "자국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는 상대 국가에 관세를 매기는 건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정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정부의 입장과 달리 철강업계는 미국에 대한 즉각적인 보복 관세 부과를 촉구하고 있다. 멕시코 철강산업협회(CANACERO)는 관련 보도자료에서 "관세는 멕시코 철강 수출의 75%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멕시코 철강이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으면 미국에 대해 동일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역시 미국을 상대로 한 보복 관세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브라질 매체 G1 보도에 따르면 이날 페르난두 아다지 브라질 재무장관은 "룰라 대통령이 침착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철강업계 대표단과 회의를 한 아다지 장관은 "이번 조처로 잃을 것이 더 많은 건 미국"이라며 "우리는 이전에 이보다 더 불리한 조건에서 협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미국을 상대로 한 관세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브라질 외교부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부 장관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관세 문제를 다루기 위한 실무 그룹 구성에 합의했다"고 공지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철강 주요 수출국은 캐나다(71억4000만달러·23%), 멕시코(35억달러·11%), 브라질(29억9000만달러·9%), 한국(29억달러·9%), 독일(19억달러·6%), 일본(17억4000만달러·5%) 순이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